룰루레몬 콧대가 얼마나 높길래…롯데百 4년간 공들여 본점에 유치

입력 2019-03-03 18:54  

요가 클래스 공간 마련하고 스포츠 아닌 여성복층에 매장
'젊은 백화점' 변신 위해 애슬레저룩 원조 '팔고초려'
영국 해러즈백화점에 이어 전세계 두번째로 백화점에 입점



[ 안효주 기자 ] 국내 유통업계에선 지난달 룰루레몬의 롯데백화점 입점 소식이 화제였다. 요가복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룰루레몬이 국내 백화점에 들어가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룰루레몬의 백화점 입점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세계 400여 개 매장 중 백화점에 있는 것은 유럽 최고 럭셔리 백화점인 영국 해러즈백화점 단 한 곳뿐이다. 롯데백화점은 룰루레몬 유치를 위해 4년여간 공을 들였다.

파격적인 조건 제시

롯데백화점이 룰루레몬 입점을 추진한 것은 2015년부터다. 20~30대 젊은 소비자가 급격히 줄자 롯데백화점은 ‘젊은 브랜드’ 수혈에 나섰다. 룰루레몬도 그중 하나였다. 문제는 룰루레몬의 출점 전략이 백화점과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룰루레몬은 수백 명을 상대로 요가 수업을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매장 내에 둔다. 요가복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피트니스 문화’를 전파하는 게 경영 철학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직원 전용 휴게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고, 창고를 따로 둬야 하는 것도 백화점과 건건이 부딪혔다. 매장을 나이키 등 스포츠 매장이 아닌, 럭셔리 브랜드 인근에 내달라는 것은 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롯데백화점은 우선 접촉면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룰루레몬의 경영 철학을 이해하고 절충점을 찾기 위해서였다. 정세련 롯데백화점 상품기획자(MD)가 나섰다. 룰루레몬 매장의 요가 클래스부터 등록했다. 지난 4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수업을 들으며 룰루레몬 측과 관계를 쌓았다. 이 덕분에 출점 결정권을 가진 켄 리 아시아지사장과 함께 요가수업을 들을 정도로 친분을 쌓았다.

그동안 여덟 번이나 출점 제안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룰루레몬 측 입장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을 장소로 제시했다. 국내에서 가장 백화점 매출이 많이 나오는 곳이다. 120㎡(35평)의 대형 매장을 내주기로 했다. 여기에 조건을 더 걸었다. 본점 옆 건물 영플라자 옥상에 요가 수업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매장이 들어서는 곳도 7층 스포츠·레저 코너 대신 여성 의류 브랜드가 몰려 있는 3층으로 했다. ‘스포츠 브랜드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란 룰루레몬 뜻을 받아들였다.

젊은 백화점 이미지에 도움

롯데백화점이 이렇게까지 공을 들인 것은 ‘젊은 백화점’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캐나다 브랜드 룰루레몬은 일상생활에서도 입는 운동복 ‘애슬레저룩’ 열풍의 원조로 꼽힌다. 애슬레저란 ‘애슬레틱(athletic)’과 ‘레저(leisure)’의 합성어로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운동복을 말한다. 할리우드 여배우가 많이 입어 화제가 된 ‘1마일 웨어(집에서 약 1.6㎞ 반경의 거리를 입고 다닐 수 있는 옷)’가 대표적이다. 룰루레몬의 글로벌 매출은 2010년 7억1200만달러에서 작년 32억3500만달러로 늘었다. 8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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