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가 20~30% 높을 것으로 전망
5G폰, LTE폰과 차별성 있어야
이달 말 5G 스마트폰이 출시되지만 시장은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모양새다. 단말기 가격이 150만원 이상으로 전망돼서다. 5G 생태계가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스마트폰 가격마저 높은 탓에 5G 조기 확산에 제동이 걸릴 분위기가 감지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LG전자?화웨이?샤오미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5G 모뎀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올해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공개했다. 최신 사양인 5G 기능이 탑재된 첫 스마트폰인 만큼 업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5G폰의 정확한 출시일이나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LTE는 지난달 22일부터 사전 예약 판매 중이지만, 갤럭시S10 5G의 가격과 모델은 공개 전이다. LG전자의 듀얼스크린 5G폰 ‘V50씽큐’도 마찬가지다.
5G폰은 4G폰보다 20~30% 가량 비쌀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는 갤럭시S10 5G 가격을 약 150만원, LG전자의 V50씽큐는 약 120만~130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가격이 공개된 중국의 샤오미와 화웨이의 5G폰이 이를 짐작케 한다. 샤오미의 ‘미믹스3’ 5G 가격은 약 76만 원이다. 이번에 동시에 공개한 샤오미 LTE폰 ‘미9(약 63만원)’보다 13만원 가량 더 비싸다. 화웨이의 폴더블 5G폰 ‘메이트X’의 가격은 293만원이다. 폴더블 5G폰이어서 LTE폰 ‘메이트20(104만원)’에 비해 2배 이상 비싸다.
출고가가 비싼건 이해가 된다. 그러나 즐길 거리가 부족하고 사용 환경이 불안정하다는 게 문제다. 소비자를 사로잡을 5G 콘텐츠가 있거나, 기지국이 촘촘하게 구축돼 통신 서비스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소비자들은 조금 비싸도 5G폰을 구매할 것이다. 하지만 기지국 구축도 미비한데다, 5G 콘텐츠 부재에 대한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5G폰의 높은 가격이 더 크게 부풀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조사들도 5G폰의 높은 출고가를 신경쓰는 눈치다. 높은 가격 탓에 기존 LTE폰 사용자들을 5G폰으로 전환시키기 어렵다는 부분에서다. 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5G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 누가 먼저 1000달러 이하 제품을 출시할지 눈여겨봐야 한다”고 밝혔다.
높은 가격은 5G폰 보급률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5G 관련 인프라 구축이 아직 완료되지 않아 올해 5G 스마트폰 생산량은 500만대에 불과해 보급률이 0.4%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트렌드포스는 보고서에서 “2022년까지는 5G 인프라가 완성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5G 스마트폰의 연구개발(R&D) 비용도 여전히 높다”며 “가격 책정 전략과 관련한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5G 상용화가 시작됐지만 소비자들이 5G폰을 선택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5G 전파 송출 이후 1세대 스마트폰인 만큼, 기존에 쓰던 LTE 스마트폰과 차별점을 내세우지 못한다면 조기 확산은 어려워 보인다. 맛있는 요리 하나 없는 정돈되지 않은 테이블에 어떤 소비자가 지갑을 열겠냐는 얘기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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