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침 있는 말 중에 ㄹ받침을 빼고
나머지는 모두 '-습니다'로 쓴다는 것만 알아두면 된다.
받침이 없거나 기타 경우엔 말할 때 자연스레
'-습니다'와 '-ㅂ니다'가 구별되니 헷갈릴 염려가 없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 홍성호 기자 ]
근래에는 미세먼지로 맑은 하늘을 보는 게 쉽지 않다. 간혹 파랗게 갠 하늘을 보면 반가울 정도다. “미세먼지가 걷힌 하늘이 파랗습니다/파랍니다.” 이 문장에 쓰인 ‘파랗다’의 어미 활용을 어렵게 느끼는 이들이 있다. 맞춤법 제18항에 나오는 ㅎ불규칙 용언 얘기다. 현행 한글 맞춤법이 시행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이 용법을 헷갈려한다. 거기에는 까닭이 있다.
맞춤법을 외우려고 하면 더 어려워져
한글 맞춤법은 우리말을 한글로 적을 때 적용하는 규칙이다. 일제 강점기 때인 1933년 조선어학회(현 한글학회)에서 제정한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마지막으로 1988년 문교부(현 교육부)에서 확정 고시해 쓰고 있는 게 현행 맞춤법이다.
그 한글 맞춤법 일부 조항에 변화가 생겼다. <맞춤법 제18항 ‘그렇다’의 활용 예 중 ‘그럽니다’ 삭제.> 1994년 12월 26일 국어심의회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국어심의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자문에 응해 국어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 법정기구다). 이때 ‘까맙니다, 동그랍니다, 퍼럽니다, 하얍니다’ 등 ㅎ불규칙 용언의 ‘-ㅂ니다’ 활용 예가 모두 삭제됐다. 한글 맞춤법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우선 ‘-습니다’와 ‘-ㅂ니다’를 구별해 보자. 이들은 우리말 존대법 가운데 상대높임법에 쓰이는 서술 어미다. 어떤 것을 쓸지는 이들이 결합하는 앞말에 따라 달라진다. ‘-ㅂ니다’는 ①‘ㄹ’ 받침 용언의 어간 뒤 ②받침 없는 용언의 어간 뒤 ③‘-이다’를 높일 때 ④어미 ‘-으시’ 뒤에 붙는다. ‘-습니다’는 ①‘ㄹ’을 제외한 받침 있는 용언의 어간 뒤 ②어미 ‘-었’, ‘-겠’ 뒤에 온다.
그런데 이런 규칙을 나열해 놓으면 엄청 복잡해 보인다. 잘 외워지지도 않는다. 언제 ‘-습니다’를 붙이고, 어느 때 ‘-ㅂ니다’가 되는지는 말로 하다 보면 자연스레 나온다. 가령 ‘ㄹ’ 받침 용언인 ‘놀다’를 높이면 누구나 ‘놉니다’라고 한다. 여기에 ‘-습니다’를 붙이는 사람은 없다.
받침 있는 말 중 ‘ㄹ’만 ‘-ㅂ니다’ 붙어
그러면 왜 헷갈릴까? ㅎ불규칙 용언을 예전에는 ‘파랍니다’로 썼기 때문이다. 1988년 개정된 현행 맞춤법 용례에서도 그랬다. ‘그렇다→그럽니다, 까맣다→까맙니다, 동그랗다→동그랍니다’ 식이었다. 하지만 이 용례는 ‘표준어규정’ 제17항과 충돌했다. 당시 함께 개정된 표준어규정에서는 ‘-읍니다’를 버렸다. 그 전에는 받침에 ‘ㅅ’이 있는 경우 ‘했읍니다, 없읍니다, 먹었읍니다’ 식으로 ‘-읍니다’를 썼다. 그 밖의 경우에는 ‘같습니다, 많습니다, 먹습니다’와 같이 ‘-습니다’를 썼다. 이렇게 구별하던 것을 ‘-습니다’ 한 가지로 통일한 것이다. 입말에서 ‘-습니다’가 훨씬 널리 쓰이기도 하고 똑같은 어미를 두 가지로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맞춤법에서도 이를 반영해 1994년 12월 뒤늦게 ㅎ불규칙 용언의 용례에서 ‘-ㅂ니다’로 활용하던 것을 모두 삭제했다. 하지만 그 여파는 의외로 길어 지금도 “바닷물이 파랍니다” “눈동자가 까맙니다” 식으로 잘못 말하고 쓰는 이들을 볼 수 있다. 심지어 ‘같다’처럼 받침 있는 말을 ‘같읍니다’로 쓰기도 한다. 전통적인 ‘-읍니다’ 용법의 습관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구별해야 할까? 받침 있는 말 중에 ㄹ받침을 빼고 나머지는 모두 ‘-습니다’로 쓴다는 것만 알아두면 된다. 받침이 없거나 기타 경우엔 말할 때 자연스레 ‘-습니다’와 ‘-ㅂ니다’가 구별되니 헷갈릴 염려가 없다.
hymt4@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