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치원 대란'서 간과된 재산권 침해, 냉정하게 따져봐야

입력 2019-03-04 17:48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주도한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 사태가 하루 만에 종료됐다. 한유총은 어제 오후 “개학 연기 투쟁을 무조건 철회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형사고발 방침까지 밝히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선 데다 참여 유치원 수도 당초 예상에 훨씬 못 미치자 입장을 급선회한 것이다. 그러나 ‘유치원 3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은 그대로 고수해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사립유치원 비리로 정부가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등 ‘유치원 3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핵심은 사립유치원 회계를 국가 회계에 편입시키고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꿔 유용하면 횡령죄를 적용토록 한 것이다. 설립자가 원장을 겸하지 못하게 하고, 폐원 시 학부모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한유총은 ‘유치원 3법’이 재산권을 침해하고 사립유치원 존립을 불가능하게 한다며 반발해왔다. “유치원 설립에 적잖은 돈이 들어가는 만큼 사유재산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도 비영리 교육기관인 ‘학교’라는 점을 들어 수익 보장 요구에 ‘절대 불가’로 대응하고 있다.

하루로 끝나긴 했지만 한유총이 유치원생과 학부모를 볼모로 주장을 관철시키려고 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참에 다른 교육기관과 다른 사립유치원의 특성을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립유치원은 개인사업자”라는 한유총의 주장을 100% 수용하기는 어렵더라도 교육이라는 공기능을 위해 개인자산을 제공하는 부분에 일정한 ‘반대 급부’를 인정할 필요성도 없지 않다. 운영이 어려워도 폐원조차 쉽게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소지도 있다.

아이들 교육이 걸린 문제다. 사립유치원들이 이렇게까지 강력 반발하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장의 아우성을 외면하고 뭉개는 강경 일변도 대응이 능사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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