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 속 셀트리온·삼바 상승
KRX헬스케어지수 열흘간 5%↑
[ 오형주 기자 ] 올초 반도체 등 대형주 위주 상승장에서 소외된 바이오주가 다시 날갯짓을 시작했다. MSCI지수의 한국 비중 축소와 미·북 정상회담 결렬 등 악재 속에서도 바이오주가 이끄는 코스닥시장은 견고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신약 개발과 수출 관련 이벤트가 예정된 올 2분기까지 ‘바이오주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코스피 하락에도 바이오주는 상승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 제약·바이오종목으로 구성된 KRX헬스케어지수는 5일 3787.79로 마감해 열흘 전인 지난달 24일(3612.17) 대비 5.5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제약지수도 7.98% 뛰었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2.5% 하락했다.
이날도 미국 경기지표 부진 등 여파로 코스피지수가 0.52% 하락했지만 바이오주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1.34%)를 비롯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위 종목 중 8개 종목이 하락했지만 셀트리온(1.20%)과 삼성바이오로직스(1.46%)는 나란히 상승했다. 보합으로 마감한 코스닥시장(-0.02%)에서도 셀트리온헬스케어(1.54%), 신라젠(0.51%), 바이로메드(2.48%), 메디톡스(1.70%), 코오롱티슈진(0.96%) 등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주 대부분이 올랐다.
증권업계에서는 수급 측면에서 증시의 무게중심이 당분간 바이오주로 쏠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초 증시 회복세를 이끈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형주는 MSCI신흥시장지수에서 한국 비중 축소 등 악재를 만나며 주춤한 모습이다. 관심을 모은 남북한 경협주 테마도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로 상승 동력이 급속도로 약해졌다. 이런 이유 등으로 갈 곳을 잃은 시중 자금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바이오주로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MSCI 한국 증시 비중 축소에 따른 대형주 수급 악화가 코스닥시장 중소 제약·바이오종목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우량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보유한 바이오업체를 중심으로 투자 가치가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도 지난달부터 코스닥 바이오주 ‘쇼핑’에 나섰다. 외국인의 코스닥시장 순매수는 지난 1월 660억원에 그쳤지만, 2월 이후에는 684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달 24일 이후 외국인의 코스닥시장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중 4개가 바이오주였다. 바이로메드(226억원), 메디톡스(166억원), 에이치엘비(146억원), 코오롱생명과학(104억원)을 많이 샀다.
2분기 바이오 국제학회 ‘주목’
전문가들은 바이오 관련 국제학회 등이 연달아 열리는 올 2분기까지 바이오주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29일부터는 암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진 학회로 손꼽히는 미국암학회(AACR)가 열린다. AACR 기간 중 한미약품, 유한양행, 종근당, 녹십자, 동아에스티 등 국내 제약사들이 임상시험 결과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5월 31일부터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6월에는 미국당뇨학회(ADA) 등이 예정돼 있다. 이때도 다수의 국내 업체들이 임상 결과와 주요 파이프라인 현황을 공개할 예정이라 기술수출 등에 대한 기대가 높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학회가 열리는 매년 2분기는 바이오주 상승세를 뒷받침하는 모멘텀이 풍부한 시기”라며 “연초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 개최 이후 횡보하던 나스닥 바이오텍지수도 최근 대규모 기술계약과 인수합병 이슈로 상승세로 전환한 만큼 바이오주에 관심을 가져도 좋다”고 말했다.
김상표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1~2월 정보기술(IT)업종 위주로 낙폭 과대 종목에 대한 반등이 충분히 일어난 점을 고려하면 향후 제약·바이오업종 내에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돋보이는 개별주 옥석 가리기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외국인의 코스닥 순매수가 지속되는 상황을 가정하면 미국 3상 결과 발표나 신약 출시 기대가 있는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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