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창업자 이재웅의 '묘한 승부'…다음 인수한 카카오와 모빌리티 시장서 격돌

입력 2019-03-06 17:56  

전기자전거 사업 같은 날 발표

'타다' 고급택시 내달 서비스
원조 '카카오 블랙'에 도전장
반값 요금으로 시장잠식 노려



[ 임현우 기자 ] 차량공유업체 쏘카가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 ‘일레클’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나인투원에 투자했다고 6일 발표했다. 일레클은 이달 서울 전역에서 정식 운영을 시작하고, 올해 안에 전국에 전기자전거 2000대를 깔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날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도 똑같은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인 ‘카카오 바이크’를 선보였다. 인천 연수구(송도)에 600대, 경기 성남시(판교)에 400대를 갖추고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올 하반기엔 서비스 지역을 확 넓혀 3000대 이상을 운영한다는 목표다.

카카오와 쏘카가 모빌리티(이동수단) 시장 주도권을 놓고 격돌하고 있다. 전기자전거 사업뿐만 아니라 고급택시, 자율주행 등 여러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갈수록 사업 겹치는 카카오·쏘카

이재웅 쏘카 대표를 이 경쟁구도의 중심에 놓고 본다면 얘기는 한층 흥미로워진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창업자로 유명한 그가 다음의 후신(後身)인 카카오를 정조준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2008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떠난 뒤 휴식기를 가지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스타트업인 이른바 ‘소셜 벤처’ 투자에 집중했다. 초단기 렌터카 방식의 차량공유업체인 쏘카와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의 최대주주다. 쏘카의 확장이 기대보다 더뎌지자 작년 4월엔 직접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다. 이후 쏘카는 본업인 렌터카 사업 외에 교통 관련 스타트업에 잇따라 투자하고 인수합병(M&A)을 시작했다.

지난해 7월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 강점을 지닌 VCNC를 인수해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를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타다는 넉 달 만에 이용자 33만 명, 운전기사 지원자 1만6400명, 재탑승률 89%를 기록하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타다는 다음달 ‘타다 프리미엄’이란 이름으로 고급택시 사업에 뛰어든다. 눈에 띄는 점은 요금이 고급택시 원조인 ‘카카오 블랙’의 반값 수준이라는 것이다.

박재욱 VCNC 대표는 “카카오 블랙은 일반 택시보다 세 배 정도 비싼데, 타다 프리미엄은 훨씬 저렴하다”며 “합리적 가격으로 새로운 택시 수요를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개인택시 기사들을 끌어들여 연내 1000대 이상 운행할 예정이다.

R&D 파트너로 네이버 택한 쏘카

모빌리티산업의 ‘쌀’로 불리는 지도, ‘꽃’으로 불리는 자율주행 영역에서도 미묘한 관계가 엿보인다. 쏘카는 라이드플럭스, 카카오는 마스오토라는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에 각각 투자했다.

쏘카는 카카오의 경쟁사인 네이버와도 손잡았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네이버의 연구개발(R&D) 조직인 네이버랩스를 찾아 정밀지도와 자율주행 기술을 공동 연구하는 협약을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쏘카가 전국에 1만 대 넘는 차량을 매일 가동하고 있는 만큼 네이버의 기술 상용화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또 다른 ‘이재웅 사단’으로 꼽히는 카풀업체 풀러스 역시 카카오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 대표는 풀러스의 일상적 경영엔 관여하지 않지만 ‘큰 그림’은 챙긴다고 한다. 서영우 풀러스 대표는 이 대표와 다음 시절 옆 책상에서 일한 인연이 있다.

풀러스는 최근 카풀에 참여한 운전자들에게 회사 주식 10%를 나눠주겠다고 선언했고, 이달부턴 요금을 전면 무료화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쏟아내고 있다. 카카오는 작년 12월 카풀 사업에 진출했다가 택시업계 반발로 40일 만에 중단한 상태다.

카카오 내부에선 “카카오가 업계 대표로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참여하고 있는데, 풀러스는 바깥에서 택시업계를 자극하기만 한다”는 성토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내 목표는 자동차를 줄이는 것”

쏘카 측은 앞으로 적극적인 M&A 등을 통해 모빌리티산업의 ‘생태계’ 구축을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도 이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가 더 많아져야 한다”며 “자동차를 ‘소유’가 아니라 ‘공유’의 대상으로 바꿔 사회적 비효율을 줄이고 환경 문제도 해결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업계에선 그가 다음 시절부터 직선적이고 저돌적인 스타일로 유명했던 만큼 모빌리티 분야에서 거침없는 확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거창하게 포장했을 뿐 결국은 독점이 목적”이라는 택시단체 일각의 반발 정도엔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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