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다운스윙, 입구를 찾아라
미세먼지가 만만치 않네요. 먼지라는 어감이 사실 경계심을 살짝 낮추게 하는 듯한데 차라리 ‘미세 분진’이라든가, ‘초고도 공해’라든가 뭔가 강한 용어를 붙여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먼지 대란’을 뚫고 라운드를 즐기는 열혈 골퍼가 많은 걸 보면 ‘골프의 마력이란 게 과연 뭘까’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요즘입니다.
배꼽을 그리워하자
지난편에 ‘올라간 대로 내려오자’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말처럼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이렇게 한 번 해보세요. 올라간 대로 내려오는 동작에 가장 중요한 신체 부위는 오른쪽 팔꿈치입니다. 백스윙이 어떻게 올라가든 잘된 스윙은 다운스윙 이후에 팔꿈치 모양과 움직임이 골퍼들 사이에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몸통 오른쪽 또는 오른쪽 옆구리에 바짝 붙어 있다는 거죠. 바로 이 동작입니다. 이 동작을 자주 연습해 익숙해지면 효과가 좋습니다.
저는 이걸 ‘배꼽뽀뽀’라 부를까 하는데요. 오른쪽 팔꿈치를 백스윙 톱에서 배꼽 쪽으로 끌고 내려와 최대한 가깝게 붙여보는 겁니다. 물론 절대 붙지는 않을 겁니다. 다운스윙에서 상체와 하체가 팔꿈치보다 좀 더 빠르게 돌기 때문이죠. 팔꿈치는 배꼽을 쫓아가지만, 배꼽은 몸통 회전으로 달아나고, 배꼽이 느려지면 팔꿈치가 배꼽을 휙! 추월해서(릴리즈 & 폴로스루 때)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다가가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다가가는 연인들의 ‘썸타기’처럼 말이죠.
제가 일본투어에서 뛸 때 굉장히 유명했던 우에다 모모코(복숭아라는 별명이 있는)라는 동료는 배꼽 둘레에 고무줄을 묶어 팔꿈치와 바짝 연결한 뒤 매일 백스윙 톱에서 배꼽까지 붙이는 연습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배꼽과 팔꿈치를 한 묶음처럼 취급한 거죠. 물론 그 친구는 우승도 여러 번 했고, 체격 대비 장타와 정확도를 겸비한 선수였습니다.
많은 티칭 프로가 이야기합니다. ‘다운스윙 때 클럽을 수직으로 낙하시켜라’ ‘클럽을 몸 오른쪽으로 던져라’ 등…. 서로 말이 약간씩 다르고 충돌하는 듯하지만 맥락은 같습니다. 팔꿈치를 철저히 몸 앞으로 가깝게 가지고 오라는 거죠. 사실 어드레스 때 팔꿈치가 있던 위치로 가져오라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왔던 길을 다시 되짚어 돌아가고, 결국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게 다운스윙이라는 얘기입니다.
샬로잉? 만들기보다 만들어지게
골프 스윙은 의지를 갖고 만드는 동작과 의지 없이 만들어지는 파생동작의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 없이 완전 자동으로 되는 스윙도, 생각으로만 완성되는 스윙도 모두 불가능하죠. 의지를 갖고 만드는 동작 사이사이에 ‘연쇄동작(chain reaction)’이 생기는데, 이 동작이 다시 또 다른 연쇄동작을 만들어내면서 하나의 스윙이 전체적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백스윙은 의지적인 동작이 많지만, 다운스윙 시작 직전 만들어지는 ‘샬로잉(shallowing)’과 다운스윙 이후에 만들어지는 임팩트는 무의식적인 동작이 더 많이 개입해 나타나는 결과물이라고 봅니다. 사람의 힘이 아니라 자연의 힘인 중력, 원심력, 구심력이 더 많이 작용하거든요. 그래서 공을 의식적으로 맞히려고 하면 할수록 오른손, 팔,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앞서면서 샬로 스윙은 할 수 없게 됩니다.
요즘 다운스윙 전 동작으로 샬로잉이 많이 강조되고 있는 듯합니다. 백스윙 톱에서 클럽 헤드를 살짝 등 뒤로 처지게 내려주는 동작인데, 몸에 익숙해지면 ‘터보엔진’을 달 수도 있는 좋은 개념입니다. 중력까지 활용하기 때문이죠. 슬라이스가 심한 골퍼에게도 효과가 꽤 있고요. 하지만 이걸 의식적으로 하려다가는 다운스윙 궤도가 흔들려 뒤땅이나 훅이 날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실제로 다운스윙 순서를 잘 지키고, 팔꿈치로 배꼽뽀뽀만 잘 해도 샬로잉은 저절로 해결되는 동작이거든요.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팔꿈치입니다. 이 팔꿈치만큼은 완전히 통제한다는 의지를 가져도 좋습니다. 스윙은 왼손이 리드하지만 오른쪽 팔꿈치 위치는 의식적으로 파악하자는 거죠. 더 매끄러운 스윙을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김영 < 골프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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