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건축가 유현준이 사랑한 도시 속 핫플레이스

입력 2019-03-07 17:40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유재혁 기자 ] 서울 정동 덕수궁 돌담길이 연애하기 좋은 명소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길이 구불구불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조금만 걸어도 계속 장면이 바뀐다. 변화가 많으니 걸어도 지겹지 않다. 길이 좁아 연인과 바짝 붙어 걸을 수도 있다. 오른쪽은 아름다운 담장으로 가려져 있어 더 아늑하다. 왼쪽에는 근대 건축물과 정원들이 연속으로 나타난다. 옛 러시아 공사관까지 이어지는 건축물들은 대부분 중간 규모가 많다. 조선시대 소규모 건물, 현대 대형 건물들 사이에서 색다른 분위기다. 연인이 걷는 동안 다른 사람의 시선은 덕수궁 담장으로 가려져 사적 공간이 된다. 무엇보다 밤에 가도 안전하다. 주변에 대사관이 많아 보안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는 건축가가 자신을 만든 도시에 보내는 러브레터다. 인간으로서, 건축가로서 자신을 성장하게 한 도시의 요소와 장소들을 음미한다. 저자인 건축가 유현준 씨는 “남들이 정한 ‘핫플레이스’만 찾아다니는 것은 기성품을 소비하는 것과 같다”며 “독자들도 자신만의 공간을 발견해보라는 의미에서 책을 썼다”고 말한다. 양해철 사진가가 찍은 현장 사진 125컷을 곁들였다. 사진들은 현대인이 공감할 수 있는 실재와 환상, 아날로그 감성과 노스탤지어를 표현했다.

저자는 연인이 함께하기 좋은 공간으로 정동길 외 서울역 계단, 남이섬, 경마장, 성수동, 궁궐, 벤치, 나무식탁 등 20여 곳을 추천한다. 혼자 있기 좋은 공간으로 남대문교회, 서울역사 옥상 주차장, CGV, 별마당도서관 등 30여 곳을 소개한다.

저자는 옥탑방이 도시에서 한옥과 가장 비슷한 공간이라고 예찬한다. 프라이버시가 유지되고 자연을 홀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반전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미국 명문 사립고 필립스엑스터의 도서관, 나와 신이 일대일로 만날 수 있는 공간처럼 느껴진 MIT 채플 등 해외 건물에 대한 인상도 곁들였다. (유현준 지음, 와이즈베리, 426쪽, 1만58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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