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가 재원 조달 등에 대한 세밀한 밑그림 없이 실업부조 시행을 밀어붙이자 여기저기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한번 주기 시작하면 지원 금액과 대상이 자연히 늘게 마련이어서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게 뻔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한계산업과 부실기업에서 밀려나는 노동시장 약자를 위한 안전망이 아직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조선과 자동차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것은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 안전망이 충분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경기침체에다 노동시장이 경직돼 고용 사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에 의존하는 안전망 확충만으로는 근로자의 ‘일자리 불안’을 해결할 수 없다. 일자리가 넘쳐나 근로자들이 원하는 직종으로 자유롭게 옮겨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고용 안전망도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안전망 확충과 함께 파견직 확대, 저(低)성과자 해고요건 완화 등 노동개혁을 추진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한때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과 네덜란드는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높인 ‘하르츠 개혁’과 ‘바세나르 협약’으로 경제 활력을 되살렸다.
노조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노동정책을 보완하는 것도 시급하다.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 사용자 방어권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 선진국 중 한국은 파업 시 대체근로자 투입이 금지된 거의 유일한 나라다. 사업장 점거 파업 역시 외국에선 엄격하게 통제된다. 고용 안전망 구축과 노동시장 개혁이 동시에 추진돼야 일자리가 늘고 근로자 복지가 증진되듯, 노사 간 힘의 균형이 맞춰져야 산업 현장 불확실성이 줄어 국가 경쟁력도 향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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