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 여진구 눈빛 덕분에 절절한 감정 금세 빠져들어"
올해 공포영화 '링거링' 개봉
“마지막 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이 나와 너무 감사했습니다. 작품이 끝날 때까지 제가 잘하고 있는 건지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이렇게 멋진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중전 유소운 역을 맡은 배우 이세영(사진)이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역삼동의 소속사 프레인TPC에서 만난 자리에서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같은 설정으로 시작한 이 드라마에서 이세영은 중전 역을, 여진구가 임금 이헌과 광대 하선의 1인 2역을 맡았다. 두 사람이 로맨스 연기를 펼친다는 것만으로 처음부터 기대를 모았다. 이세영은 다채로운 감정 변화를 겪는 캐릭터 소운을 안정적으로 연기했다.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여진구 사진을 자신의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해 놓고, 스태프에게 부탁해 소품용 연서(戀書)의 복사본을 하나 더 받았다고 했다.
“멜로드라마를 하면 항상 초반에는 상대 배우의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해놔요. 빨리 친해지고 사랑에 빠지기 위해서죠. 친해지고 나서는 소운의 포스터로 바꿨습니다. 연서는 비닐 파일에 끼워놓고 다니면서 봤어요. 연서는 소운이 하선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장치 중 하나여서 연기하면서 실제로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덕분에 촬영 현장에서 여진구와 로맨스 연기를 할 때도 몰입하기 수월했다고 한다. 이세영은 “진구가 이헌과 하선을 너무 다르게 표현해줬기 때문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촬영하지 않을 때는 콧수염을 붙여보거나 상투를 트는 장난도 치고, 저잣거리에 지나가는 행인으로 특별 출연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촬영이 시작된 후 진구의 눈을 보면 다시 슬프고 절절한 감정에 금세 빠져들 수 있었죠.”
소운은 조선시대인데도 임금이 아니라 광대를 사랑하게 된 자신을 인정하고 먼저 입맞춤을 하는 인물이다. 시대적인 배경과 캐릭터의 간극을 어떻게 메웠을까.
“제가 가끔씩 흔들리거나 몰입이 안 되면 김희원 감독님께 소운의 감정에 대해 물어봤어요. 감독님 의견을 듣고 나면 소운이의 이야기가 정리됐어요. 소운이는 어렸을 때부터 성정이 올곧으면서도 호기심이 많고 활발한 아이였죠. 궁에 들어오면서 자신을 억제해야 했고, 그런 것들이 소원을 빌고 싶어서 밤에 몰래 나가는 행동 등으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말이죠.”
이세영은 평소 촬영이나 일정이 없으면 회사에 나와 연기 공부를 한다고 했다. 그는 “집에만 있으면 정체될 것 같아서 사무실에 나와 메소드 연기에 관한 논문을 읽어보고 연락 닿는 교수님께 연기법에 관해 여쭤보기도 한다”며 “회사에 류승룡, 오정세 등 선배들이 많아서 조언도 자주 구한다”고 했다.
이세영은 올해 공포영화 ‘링거링’ 개봉을 앞두고 있다. 드라마 ‘화유기’의 좀비 소녀에서 ‘왕이 된 남자’의 중전으로, ‘링거링’에선 신경쇠약에 걸린 여성으로 등장하는 그의 끝없는 연기 변신이 기대된다.
김수경 한경텐아시아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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