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생산 고집하다 소비자 외면
[ 김보라 기자 ] 역사상 가장 강력한 소비군단으로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는 글로벌 기업도 뒤흔들고 있다.
미국 대형 식품기업 크래프트하인즈그룹의 ‘어닝 쇼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 126억달러의 손실을 내고 최근 ‘맥스웰하우스’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다른 사업 부문의 매각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하인즈케첩, 필라델피아크림치즈, 카프리썬주스, 육가공품 오스카마이어 등 강력한 글로벌 브랜드를 갖고 있는 크래프트하인즈의 몰락을 두고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트렌드를 못 따라갔다”고 평가한다. 더 건강한 먹거리, 세분화된 취향을 가진 세대를 무시한 채 대량생산 제품만 고집했다는 얘기다. 하인즈가 수십 년째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동안 미국 시장에는 ‘식물성 마요네즈’ ‘당도를 크게 낮춘 케첩’ ‘유기농으로 생산한 크림치즈’ ‘방금 짜낸 신선한 100% 착즙주스’ 등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150년 된 미국의 전통 식품기업 캠벨수프 역시 고전하고 있다. 2017년 새로운 소비자를 겨냥해 밀키트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신선식품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냉랭했다. 통조림 수프 공장 한 곳을 매각하고 지역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했지만 지난해 유기농 식품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7% 이상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워런 버핏이 크래프트하인즈 투자로 고전하고 있듯이 대량생산 식품 제조사는 일제히 어려움에 처했다”며 “첨단 기술과 아이디어에 기반한 스타트업과 싸우려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밀레니얼 세대의 부상으로 함유 성분이 투명하게 표기된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겐다즈는 지난해 밀레니얼 소비자를 겨냥해 패키지를 대거 바꾸고 아이스크림 맛도 ‘요거트’ ‘마카다미아’ 등이 포함된 다양한 제품으로 확장했다. 하겐다즈 관계자는 “슈퍼 프리미엄 전략으로 나가지 않으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10~20대 소비자 취향에 맞춘 한정판 시리즈와 새로운 플레이버를 적극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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