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 '이색 디저트' 데이트 명소는
[ 안효주 기자 ]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야. 네가 무엇을 고를지 아무도 모른단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 포레스트(톰 행크스 분)의 어머니가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예기치 못한 곳에서 달콤함을 맛보기도 하고 씁쓸함에 맞닥뜨리는 게 우리네 일상이다.
어느새 다가온 봄, 달콤함에 흠뻑 젖어보는 건 어떨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달달한 간식거리를 마음껏 즐기는 것이다. 초콜릿, 사탕처럼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주전부리뿐 아니라 마카롱, 타르트 등 고급스러운 프랑스 디저트를 내세우는 가게가 많아졌다.
‘코쿰’처럼 아직은 생소한 터키 디저트 전문점도 있다. 미국식 롤케이크와 바삭바삭한 대만 누가크래커를 파는 곳까지.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는 디저트 전문점을 소개한다.
정통 프랑스 디저트 전문점
마카롱, 마들렌, 밀푀유….
‘디저트’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메뉴들이다. 모두 다 프랑스에서 탄생했을 정도로 프랑스는 ‘정통 디저트의 성지’로 불린다. 디저트라는 말 또한 프랑스어 ‘desservir’에서 유래했다. ‘식사를 끝마치고 식탁 위를 치우다(desservir la table)’는 관용구에서 디저트가 비롯됐다.
‘위고에빅토르’는 프랑스의 구운 과자를 주력으로 하는 고급 디저트 카페다. 프랑스 파리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기사부아’의 총괄 페이스트리 셰프 출신인 위그푸제 셰프가 2010년 론칭한 디저트 전문점이다. 화려한 맛과 디자인의 타르트, 마카롱 등 다양한 프랑스 디저트 메뉴를 판매 중이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가 파리 최고라고 극찬한 피낭시에도 위고에빅토르에서 판매한다. 피낭시에는 부드럽고 진한 버터 향에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을 지닌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 중 하나다.
국내 1호점인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을 비롯해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에서도 만날 수 있다. 마카롱(3400원) 밀푀유(7800원) 슈 프레이즈(7500원) 쇼트케이크 프레이즈(8300원) 등 다채로운 디저트 메뉴가 준비돼 있다. 타르트는 조각당 6800~8300원이다. 되직한 초콜릿이 따뜻하게 사르르 녹아내리는 퐁당 오 쇼콜라는 4800원이다.
프랑스 디저트 중에서도 마카롱을 특히 좋아한다면 ‘메종드조에’를 놓칠 수 없다. 메종드조에는 마카롱으로 손꼽는 제과점 중 하나다. 프랑스의 유명 요리학교인 에콜르노트르 출신 박혜원 파티셰가 운영한다. 이곳의 마카롱은 쫀득한 식감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정통 유럽식 베이커리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서울 청담점 본점 외에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무역센터점에도 입점했다. 마카롱의 바삭한 과자 부분인 꼬끄가 쫄깃하다. 민트초코 맛과 피스타치오 맛이 특히 인기다. 개당 2300원으로 4개(9200원)·5개(1만1000원) 세트 등도 마련돼 있다.
낯설어서 더 달콤한 이색 디저트
‘작은 지구촌’으로 불리는 이태원에는 치명적으로 달달한 디저트 가게가 있다.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 부근, 터키 출신 파티셰가 전통 터키식 디저트를 만들어 파는 ‘케르반 베이커리’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베이커리 가판대엔 터키식 디저트와 다양한 빵이 가득하다.
케르반 베이커리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로쿰’. 빨강 노랑 초록 등 알록달록 주사위 모양의 터키식 전통 젤리다. 옥수수 녹말에 물·설탕과 레몬즙을 넣고 끓인 뒤 설탕 옷을 입힌 후 굳혀 만든다. 모양이 앙증맞다고 얕보면 안 된다. 1830년대 터키를 방문한 영국인 여행자들이 ‘터키시 딜라이트(Turkish Delight·터키의 즐거움)’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당도가 엄청나다.
처음 맛본 사람들이 “혀가 마비될 것 같다”고 평가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 밖에 피스타치오에 달콤한 시럽을 입힌 ‘바클라와’와 터키식 쿠키도 판다. 메뉴별로 분량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로쿰은 100g 기준 5000~6000원 안팎. 이곳의 모든 디저트 메뉴는 할랄을 지킨다.
다소 생소한 미국식 롤케이크를 파는 곳도 있다. 현대백화점에 입점한 ‘시나본’은 1985년 시애틀에서 탄생한 미국식 시나몬롤케이크 카페로 전 세계 곳곳에 1200여 곳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매장에서 직접 반죽한 도우에 시나몬과 크림치즈를 얹어 구워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드러운 롤 사이에 계피 맛 필링이 고급스럽다. 대표 메뉴는 시나본 클래식(4500원), 시나본 카라멜피칸(5100원). 작은 사이즈로 즐길 수 있는 초코 미니본(3500원)도 있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싱글오리진 커피, 콜드브루 커피 등 20가지 음료도 판매한다.
‘단짠(단맛과 짠맛)’ 조합에 열광한다면 대만 누가크래커 전문점 ‘몽샹82’를 찾아가보자. 누가크래커는 짭짤한 맛의 야채 크래커 사이에 캐러멜처럼 쫀득한 누가 크림이 들어 있는 디저트다. 단맛이 강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포만감도 채울 수 있다. 천연무가염버터와 국내산 분유를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이태원에 본점이 있다. 가격은 개당 1000원 정도다. 세트 상품으로 판매한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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