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 넓히는 장관 출신 의원들
수도권 다선 물갈이로 가나
[ 김형호 기자 ] ‘3·8개각’ 발표를 전후해 여권이 조기 총선 모드로 빠르게 전환하는 모습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문재인 정부 1기 청와대 참모진과 김부겸·김영춘·김현미 등 주요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당 복귀, 박영선·진영 등 ‘비문(비문재인)’계 의원 입각을 계기로 핵심 인적 자원의 재배치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어서다. 벌써부터 입각으로 자리가 비는 박 의원의 서울 구로을, 진 의원의 서울 용산 지역구 후보군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복귀 장관·청와대 참모 앞세워 총선 모드로
8일 여권에 따르면 박·진 의원 입각을 계기로 총선을 겨냥한 여권의 인력 재배치 작업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때맞춰 청와대 1기 참모들이 당으로 복귀하면서 총선 준비를 위한 인재풀 확보와 조직 정비에 탄력이 붙는 모양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 청와대 참모진과 만찬에서 “장관 출신 중진 의원들과 1기 청와대 핵심 참모 복귀로 당의 인재풀이 넓어졌다”고 반긴 것도 총선 전략을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민주연구원장을 맡는 방안까지 거론되면서 여당 내 인적 재편이 활발해지고 있다.
중진 의원들의 장관 발탁으로 다음 총선에서 ‘터줏대감’이 사라진 지역구도 가시화되고 있다. 당으로 돌아온 청와대 참모 가운데 지역구가 정해지지 않은 인사들 움직임과 맞물린 여러 해석이 나온다. 1기 참모진 가운데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사는 한병도 전 정무수석(전북 익산을),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경기 시흥갑) 정도다. 임 전 비서실장은 정세균 전 국회의장 지역구인 서울 종로 등이 거론되지만 구체화 단계는 아니다.
일찌감치 용산 출마 의사를 밝힌 권혁기 전 춘추관장은 진 의원 입각이 결정되자 본격적인 활동 채비에 들어갔다. 윤영찬 전 소통수석은 당 지도부의 입당 권유를 받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중진 의원들의 입각 내지 물갈이로 비는 지역에 전략 공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의원 지역구를 포함해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은 인재 영입을 위한 전략 공천 카드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여, 다선 물갈이로 이어지나
이날 개각 발표로 사실상 ‘족쇄’가 풀린 장관 출신 의원들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김부겸 의원실은 이날 국회에서 한국노동자총연합회와 공동으로 ‘대기업 유치와 구미형 일자리 토론회’를 열었다. 제조업 불황으로 고용 위기를 겪고 있는 경북 구미에 광주형 일자리와 비슷한 모델을 찾기 위한 토론회지만 정치권에선 민주당 내 TK(대구·경북) 핵심 주자인 김 의원이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의원실 측은 “고용 위기 해소를 위한 산업정책 일환으로 준비해온 토론회인데 공교롭게 개각 발표와 맞물린 것”이라며 “인사청문회가 끝나서 인수인계를 마무리할 때까지 장관 업무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이 지역구인 김영춘 장관 역시 내년 총선에서 PK(경남·부산) 지역 표심을 모으기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약진했지만 최근 지역 경기 악화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민주당 지도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에 장관직을 내려놓게 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으며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임기 완료 후 당에서 역할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세 차례에 걸쳐 남북한 정상회담을 맡았던 조명균 장관 역시 본인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경기 의정부 지역에 출마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여권 일각에선 박·진 의원 입각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다선 물갈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7선인 이해찬 대표의 총선 불출마 선언 이후 다선 의원들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내각에 들어가는 4선 의원들의 불출마로 물갈이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초·재선 의원들은 돌격대 역할을 하고 중진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지내는 분위기가 만연하다”며 “이렇게 가면 중진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권 관계자는 “인재 영입을 위한 전략 공천 지역구 확보와 쇄신을 위한 물갈이가 불가피한데 이번에는 수도권 다선 중진이 타깃이 되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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