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 좋아져 단거리 퍼팅에 특효"
아널드파머 대회 톱랭커들 대거 짐싸
[ 이관우 기자 ] “전 한 번도 퍼팅 실력이 100위권에 든 적이 없어요. 디섐보의 비법을 한번 베껴 보려고요. 잘됐으면 좋겠어요!”
‘괴짜 골퍼’끼리는 통하는 걸까. 독학으로 골프를 배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13승을 올린 왼손잡이 골퍼 버바 왓슨(미국)이 퍼팅 실험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퍼터 그립을 팔뚝 안쪽에 밀착시켜 스트로크하는 ‘팔뚝퍼팅(arm-lock putting)’이 실험 대상이다. 이 방식을 전수한 스승이 ‘필드 위의 과학자’로 통하는 브라이슨 디섐보(미국·통산 5승)다. 둘은 지난달 제네시스오픈 때 의기투합해 팔뚝퍼팅 활용법을 공유했다. 이후 대회에서 왓슨의 퍼팅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이전 대회까지만 해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SG퍼팅(퍼팅으로 얻은 이익타수)’이 곧바로 플러스로 돌아섰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C&L에서 개막한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 1, 2라운드에서도 플러스를 기록했다. 9일 이어진 3라운드에서는 살짝 마이너스로 돌아서긴 했지만 왓슨은 “좋아지고 있다”며 흡족해했다. 왓슨은 3라운드까지 5언더파 공동 11위를 달렸다.
팔뚝퍼팅은 원래 ‘베테랑’ 맷 쿠처와 웹 심슨(이상 미국) 등이 디섐보보다 앞서 시작했다. 2016년 골퍼의 몸에 퍼터 그립 끝을 대는 ‘앵커링(anchoring)’이 금지되면서 대안으로 팔뚝에 의지하는 법을 택한 것이다. 퍼터보다 긴 그립을 왼팔(왼손잡이는 오른팔) 안쪽에 밀착시켜 고정한 뒤 오른손으로 그립을 잡아 스트로크하는 방식. 이 팔뚝퍼팅으로 심슨은 지난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55개월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쿠처는 이번 시즌 벌써 2승을 추가했다. 여기저기서 이 소수파 퍼팅 방식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장활영 프로(SBS골프해설위원)는 “손목을 완전히 고정하기 때문에 방향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왓슨은 이 방식으로 짧은 퍼팅이 좋아진 듯하다”고 말했다.
왓슨도 이 점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전부터 퍼터 페이스가 자주 열렸다가 닫혔다가 오락가락했는데, 새 방식을 쓴 뒤로는 그런 현상이 사라졌다”고 했다.
팔뚝퍼팅의 효험에 기대를 거는 이들은 또 있다. 2011년 마스터스 챔프인 샬 슈워츨(남아공), 역시 2011년 PGA챔피언십 우승자인 키건 브래들리(미국), 한국계인 대니 리(미국) 등이 최근 이 방식으로 전향했다. 2018년 9월 BMW챔피언십에서 6년 만에 통산 4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브래들리는 이번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에 왓슨과 함께 출전해 둘째날까지 9언더파 공동선두를 달리기도 했다. 브래들리 역시 롱퍼터를 배꼽에 대는 벨리퍼팅을 하다가 금지령에 막히면서 팔뚝퍼팅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브래들리는 3라운드에서 공동선두 토미 플릿우드(잉글랜드)와 나란히 3타, 4타를 각각 잃어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상태다.
한편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 메이저 챔프들이 대거 커트 탈락해 짐을 쌌다. 지난해 US오픈 2연패를 한 브룩스 켑카(미국)가 3오버파를 쳐 발길을 돌렸고, 최근 상승세를 타던 필 미컬슨(미국), 비제이 싱(피지)도 2오버파로 부진해 본선 진출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5언더파 공동 11위에 오른 임성재(21)가 3라운드까지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강성훈(30)이 4언더파 공동 17위, 안병훈(28)이 3언더파 23위다. 그린과 코스가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이 대회는 디오픈 티켓이 없는 최상위 선수 3명에게 디오픈 출전권을 준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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