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重-대우조선 결합, 정치권이 노조 설득에 힘 보태야

입력 2019-03-10 17:47  

현대중공업이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 21%에 달하는 거대 조선사 출범의 첫 단추를 채웠다. 새로 출범하는 조선통합법인은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분야에서는 점유율이 70%를 넘어 수주 가격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인수 마무리까지 넘을 산이 많다. 국내외 경쟁정책 당국의 허가부터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는 통과한다 해도 중국 일본 등 외국 경쟁당국들이 승인해 줄지는 미지수다. 이 문제 못지않게, 어쩌면 더 심각한 것은 두 회사 노조와 일부 지역 시민단체들의 조직적 반발이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임직원의 고용 안정과 협력업체 일감 보장을 내용으로 한 상생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대우조선 노조는 합병 후 총고용 규모 보장을 요구하면서 부분 파업과 상경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옥포조선소에서는 지역 경기 침체를 우려한 시민들까지 가세해 합병 반대 ‘촛불집회’가 열렸다.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구조조정 우려로 합병에 반대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1999년 대우그룹 해체 후 실적 부진과 분식회계 등의 여파로 1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받아 겨우 연명해왔다. 그런 회사 노조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 치의 양보도 못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최근 겨우 회생 기미를 보이는 조선업 생사는 이번 ‘빅딜’ 성공 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누구보다 정치권이 앞장서 노조와 시민들을 설득하고 갈등 조정에 나서야 한다.

정치권은 정부와 함께 오랜 기간 대우조선을 ‘낙하산’ 자리로 활용하며 민영화를 사실상 지연시켜 온 책임이 있다. 정치권은 그 책임의 일부를 덜기 위해서라도 수수방관만 할 게 아니라 노조 설득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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