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홈플러스 경영 후 N&P 설립
'북쌔즈' 열고 매일 출판회 목표
30~40대 위한 강연·공연 성황
[ 홍윤정 기자 ] “문화 커뮤니티라는 자산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서울 강남 선릉역 인근에는 서로 마주보고 있는 ‘북쌔즈’와 ‘북앤빈’이란 복합 문화공간이 있다. 책방을 기본으로 한 공간에서 공연과 강연, 토론이 가능한 북카페 형태다.
이 독특한 공간의 주인은 15년간 홈플러스의 경영을 맡아왔던 이승한 넥스트앤파트너스(N&P) 회장이다. 그는 2014년 홈플러스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기업경영 멘토링 기업인 N&P를 세웠다. 지난해 6월에는 북쌔즈와 북앤빈을 열었다. 그는 “한국에는 문화적 자산이 부족하다”며 “북쌔즈와 북앤빈을 문화적 실험공간으로 꾸미고 싶다”고 했다.
북쌔즈는 일반 북카페와 개념적으로 다른 공간이다. 이 회장은 “한 공간에서 책과 여러 문화활동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북카페 형태의 공간에 다소 웅장한 무대장치를 설치했다. 무대를 향하는 조명과 음향 장치는 예술의전당을 설계했던 팀이 담당했다. 금난새 지휘자의 음악회를 비롯해 다양한 연주자가 이 무대에 올랐다.
이 회장이 특히 공을 들이는 건 이 공간에서 이뤄지는 강연과 토론 행사다. 매일 각 분야 연사들이 연단에 선다. 대표적으로 최진석 서강대 교수의 ‘생각혁명 경영자 과정’ 및 동양철학 강의와 김형철 연세대 교수의 ‘지혜의 향연’ 등이 시리즈로 열린다. 대부분 무료 강연과 회당 1만~3만원 선의 유료 강연으로 이뤄져 있다. 강연은 온라인 또는 현장에서 신청하면 된다. 자리가 남아 있다면 당일 예약도 가능하다. 주로 인근의 30~40대 직장인이 강연을 듣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참석자 중에는 경영계 인사도 많다. 이 회장 자신도 연단에 오를 계획이다.
그가 이 공간을 연 데는 독서문화를 되살리겠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이를 위해 북쌔즈와 북앤빈을 출간기념 행사 장소로 더 많이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1년에 출간되는 책이 4만7000종이라고 해요. 이 많은 책이 나오는데 작가들은 출간 기념행사를 열기도 힘들죠. 책을 읽는 사람이 줄고 있으니까요. 자신의 책을 알리고 싶어 하는 작가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싶어요. 연중 300일 정도 출간기념회가 열리는 공간이 되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 외에 북쌔즈에서는 스타트업 멘토링, 블록체인 세미나 등도 열고 있다.
한때 거대 유통기업을 이끌었던 그에게 북쌔즈 운영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홈플러스보다 북쌔즈 운영이 더 어려워요. 하나하나 다 만들어가야 해요. ‘체어맨(회장)’이 대기업에서는 의자에 앉아서 지시하는 사람, 작은 기업에서는 의자를 들어 나르는 사람으로 해석될 것 같네요. 큰 기업 리더에게 필요한 건 인재를 적재적소에 두는 용병의 리더십입니다. 작은 기업 리더에게는 솔선수범하는 서번트 리더십과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스펀지 리더십이 필요하죠. 장기적으로는 북쌔즈가 저 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겠죠.”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