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이야기] 연결망 발달로 다양한 대중의 수평적 참여가 확산되죠

입력 2019-03-11 09:02  

(46) 4차 산업혁명과 문화

새로운 플랫폼 등장에 따른
일반 대중의 초연결 확산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형성



“전문가들이라면 지긋지긋하다.”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성을 주도한 영국 하원의원 마이클 고브는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이 같은 발언으로 대중의 정서를 자극했다. 브렉시트 논쟁이 한창이던 당시 많은 전문가는 유럽연합 잔류를 주장했다. 경제계와 문화계, 관료 집단은 이런 발언에 분개하며,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전문적인 논리로 일관했다. 이는 ‘평범한 당신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는 우리를 따르라’는 태도로 여겨져 대중의 공감을 받지 못했다. 이는 결국 유럽연합 탈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일반 대중의 부상

오늘날 사회연결망을 구축하는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등장한 플랫폼은 전 세계 사람을 참여자로 만들었고, 지리적 제약과 무관하게 아이디어를 확산시켰다. 이는 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조직과 문화 형성의 기반이 됐다. ‘전문가’라는 대표성을 가진 특정 개인(혹은 집단)이 주도하는 과거의 하향식 문화와 달리 ‘비전문가’들의 수평적 참여가 중심이 된 문화가 생겨난 것이다.

과거 모델에서 일반인들은 거대 관료 집단이나 기업이 만든 세상에서 중요하지만 표준화된 작은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서는 참여와 공유, 협력, 집단지성을 통해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과 그 안에서의 역할을 규정한다. 전문가 대신 공감하는 다수가 중요해진 것이다. 유명 여행전문가의 안내서보다 실제 여행을 다녀온 뒤 남긴 보통 사람들의 옐프 리뷰가 더 신뢰를 얻는 이유다. 오늘날 사람들은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주제를 송출하는 프로그램 대신 유튜브를 시청하며, 고위급 심사위원들로 구성된 상벌위원회의 결정보다 참여자들이 평가한 별표의 개수를 더 신뢰한다. 2017년 「엘더만 트러스트 바로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은 정부 관료도 CEO도 아닌 바로 ‘나와 비슷한 사람(A person like you)’이었다.

플랫폼 문화의 탄생

《뉴파워: 새로운 권력의 탄생》의 저자인 제러미 하이먼즈와 헨리 팀즈는 중앙집중형, 하향식 방식에서 탈피해 수평적 협력 중심의 문화를 새로운 형태의 권력이라고 표현한다. 그들은 ‘권력이란 의도된 결과를 얻는 능력’이라는 버트런드 러셀의 표현을 빌려 기술 발전으로 인해 공인된 특정 개인 혹은 집단만이 아니라 모두가 의도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를 ‘신권력(New Power)’이라고 정의한다.

한편 공유경제 전문가인 뉴욕대 경영대학원의 아룬 순다라라잔 교수는 플랫폼 문화를 규범과 가치, 역량을 공유하는 문화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플랫폼 문화가 인위적인 결속 체계나 권위적인 명령 없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신권력의 역동성이 지속될 수 있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동일한 탄력요금제를 적용하는 우버와 리프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두 기업 모두 공급이 많을 때 운전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줄여 고객 수요를 유도하지만, 리프트 운전자들은 불만이 없다. 해당 의사결정 과정을 모든 플랫폼 참여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반영해 수수료 인하에 따른 영향을 상쇄할 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는 설문조사 결과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2017년 미국 공영라디오 NPR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리프트 운전자의 75% 이상이 리프트와 일한 경험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반면 우버 운전자는 긍정적 응답이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신권력의 역동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에 의한 효율성 논리가 아니라 보상과 유인책을 참여자들의 주체성과 가치의 증진에서 찾아야 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구권력과 신권력의 조화

과거와 새로운 사고방식은 자주 갈등을 일으키지만, 두 가치 체계가 연속선상에 존재할 때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 스웨덴의 모든 국민은 ‘국가등록의료정보’ 구축에 참여하고, 그 결과를 모든 의료진과 국민이 공유한다. 이를 통해 더 나은 예방 및 치료법을 찾아내 의료 비용은 낮추면서도 질을 높인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힘은 구권력이다. 구권력을 활용한 법 제정으로 인해 정보의 남용 없이 공유와 협력이 가능한 환경이 구축되기 때문이다. 구권력과 신권력이 이분법의 가치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하늘 아래 과거와 단절된 새로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는 충돌하고 경쟁할 때 새로움이라고 불리는 변화가 나타나고, 이는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기반이 된다. 그리고 신권력은 그 변화의 주인공이 특정 지식으로 가득한 전문가가 아니라 ‘평범한 우리’임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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