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를 검토 중인 정부가 경유세 인상, 전월세 거래 신고제 도입 카드를 잇달아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증세 움직임에 근로자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만만한 유리지갑'을 털어 나라 곳간을 채운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 5일부터 연맹 홈페이지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서명이 시작된 지 하루도 안 돼 참여자가 3000명을 넘어섰고, 일주일 만인 이날 오전 9시께 7200명을 돌파했다.
앞서 정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등 비과세 감면 제도를 전격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현재 정부는 신용카드 사용액 중 연봉의 25%를 초과하는 금액의 15%를 300만원 한도에서 공제하고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폐지되면 연봉 5000만원 전후의 근로자는 적게는 16만원, 많게는 50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납세자연맹은 주장한다. 소득공제 축소가 근로자들의 증세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홍모 씨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폐지해 카드 사용이 줄면 자영업과 전문직은 소득 파악이 어려워 세금을 제대로 못 걷게 될 것"이라며 "유리지갑인 봉급 생활자한테만 증세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박모 씨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및 폐지는 서민들에겐 증세로밖에 와닿지 않는다"며 "소상공인들 살리기란 말은 빛 좋은 개살구"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빗발치고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반대하는 청원만 200건을 넘어섰다.
증세를 염려하는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추가 증세 움직임은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경유세 인상안이 떠오르고 있는 것.
대통령 직속 국가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최근 정부에 경유세 인상을 권고했다.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으로 경유를 지목, 경유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경유에 붙는 세금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다.
그간 정부는 경유를 '서민 연료'로 인식해 경유세 인상에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다. 배달 차량이나 화물트럭 등 생계형 경유차를 모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늘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유세를 올린다면 서민 증세 논란 역시 피할 수 없다.
전월세 거래 신고제 또한 서민들의 피해가 염려되는 사안이다.
정부는 전월세 실거래 내역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전월세 거래 신고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임대인은 전월세 계약기간, 임대료 등 계약 내용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과세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임대주택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임대인이 세금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할 가능성 또한 높다. 거래 신고제 시행으로 전월세 가격이 오르면 결국 집을 빌려 살아가는 서민들이 피해를 떠안게 될 수 있다.
지난해 정부가 걷은 세수는 총 293조원. 애초 계획보다 더 걷힌 초과세수는 25조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근로소득세는 전년보다 2조원 더 많이 징수됐다.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는데 나라 곳간만 풍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자신을 직장인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정부는 자영업자, 취업자, 중소기업 등에는 세금으로 많은 인센티브를 주고 있지만, 정작 급여 소득자에게는 세금을 더 걷으려고만 한다"며 "만만한 월급쟁이들의 주머니만 털리고 있다"고 한탄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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