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의 차이나 톡]中 중산층에도 해외에서 한 달 이상 살아보기 열풍

입력 2019-03-11 15:30   수정 2019-03-1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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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성 선전에 사는 쉬장러 씨 부부는 오는 7월 태국의 유명 휴양지 치앙마이에서 두 자녀와 함께 한 달 가량 머무를 예정입니다. 숙박비와 생활비, 아이들 국제학교 학비 등을 합쳐 5만위안(약 840만원)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쉬씨 부부는 “태국의 여유 있는 생활 방식과 편안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며 “우리 부부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여행을 하는 게 아니라 중국에서 벗어난 삶”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중산층 사이에서 중국을 떠나 해외 현지에서 한 달 이상 머무르는 장기여행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해외에서 살아보기’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인데요. 그 이유는 우리와는 상당히 달라 눈길을 끕니다. 한국인이 현지의 삶과 문화 등을 제대로 체험하기 위해 장기여행을 가는 반면 중국인은 심각한 대기오염과 식품과 의약품 안전성에 대한 불안, 중국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치 체제 등을 벗어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합니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많은 재산을 축적하게 된 중국 중산층들은 그동안 해외로 이민을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2017년 말부터 중국 정부가 해외로의 자본 유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反)이민 정책을 펴면서 해외로 이민을 가는 게 쉽지 않아졌습니다. 이 때문에 장기 해외여행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SCMP는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중국인의 해외여행 건수는 전년보다 13.5% 급증한 1억4000만 건에 달했는데요. 이들이 해외에서 소비한 돈은 약 1200억달러(약 13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들의 상당수는 장기 해외여행을 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상하이에서 온라인 여행사를 운영하는 차이밍둥 씨는 “중국 중산층의 해외 이민과 해외 부동산 투자가 어려워짐에 따라 이들은 더 많은 자유와 중국 대도시보다 더 나은 삶의 질 등을 갈망해 장기 해외여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장기 해외 여행이 늘어난 데는 여기에 필요한 비자 발급이 가능해진 데다 항공권 가격이 저렴해진 게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현재 중국 중산층은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 한 번에 최장 6개월 정도 머무를 수 있는 5∼10년 만기의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항공권 가격도 크게 떨어져 2011년 상하이와 뉴질랜드 간 왕복 항공권은 1만4천위안(약 240만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4000위안(약 67만원)이면 살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중국과 다른 글로벌 라이프스타일을 누리게 하고 싶은 바람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녀와 함께 매년 한 두 달씩 해외에 머무를 계획이라는 앨리스 위 씨는 “내 자녀들이 중국에서만 자라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더 많은 자유와 글로벌 문화를 누리게 하고 싶다”며 “충분한 시간과 돈을 가진 중국의 중산층에게 장기 해외여행은 앞으로 보편적인 삶의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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