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마음 사로잡은 천연재료…세라믹 식탁, 침체된 주방가구 시장서 '돌풍'

입력 2019-03-11 17:07  

현대리바트 '스와레 세라믹 식탁'
첫 생산 900개 한 달 만에 완판




[ 심성미 기자 ] 부엌 불을 켜면 제일 먼저 보이는 식탁. 조심히 써도 불빛을 비춰보면 그릇이나 칼에 긁힌 자국들이 여러 군데 선명하다. 채 지워지지 않은 얼룩도 많다. 식탁 상판으로 많이 쓰는 대리석이나 원목 소재가 내구성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인테리어 자재인 세라믹을 활용한 식탁이 인기다. 현대리바트가 세라믹 타일 유통 사업 진출을 선언하자마자 내놓은 세라믹 식탁은 한 달 만에 900개가 다 팔렸다. 에몬스 체리쉬 등 가구업체의 식탁 매출 증가도 세라믹 식탁이 이끌고 있다.


각광받는 세라믹 식탁

현대리바트가 지난달 내놓은 ‘스와레 세라믹 식탁’ 가격은 135만원. 비교적 비싸지만 출시 한 달 만에 900개가 모두 팔렸다. 현대리바트의 중·고가 식탁 제품이 월평균 200개, 최고 인기 제품이 월 300개가량 나가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팔린 셈이다. 현대리바트 측은 “5일 만에 250개 팔린 데 이어 한 달 만에 첫 생산량이 모두 팔린 건 이례적”이라며 “마블카라카타(흰색) 등 인기 색상을 구매한 고객은 배송까지 2주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예상보다 빨리 제품이 매진되자 현대리바트는 스와레 세라믹 식탁 판매 목표를 기존 연 3000개에서 4000개로 높여 잡았다. 지난주엔 세라믹 식탁 새 모델도 서둘러 내놨다.

현대리바트뿐 아니라 에몬스 체리쉬 등 세라믹 식탁을 판매하는 가구회사의 관련 매출도 크게 늘었다. 에몬스가 2017년 12월에 출시한 모디스 세라믹 식탁은 월 300개 이상 팔리고 있다. 에몬스 측은 “출시 당시엔 월 100개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에몬스의 식탁 시리즈 중 단일 품목으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체리쉬도 마찬가지다. 전체 식탁 품목 중 세라믹 식탁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지만 식탁 전체 매출의 90%는 세라믹 식탁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문을 연 세라믹 식탁 전문 제조업체인 클럽메사는 마라찌 기가세르 플래비커 코엠 등 이탈리아·스페인 세라믹 제조사의 다양한 세라믹 식탁 상판을 고를 수 있는 장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냄비받침 필요없는 식탁”

세라믹 소재는 10여 년 전부터 유럽에서 유행했다. 최근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면서 천연 대리석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인테리어 자재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세라믹 식탁을 가장 많이 찾는 것은 내구성 때문이다. 고급 세라믹은 무기질 등 천연 물질을 압축해 1300도 이상 고온에서 구워 만든다. 강도가 높기 때문에 뜨거운 냄비를 올려놔도 그을음이 생기거나 색이 변하지 않는다. 도마 대신 식탁 위에서 칼질을 해도 스크래치가 나지 않는다.

천연 대리석 식탁에 비해 위생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세라믹은 압축-고온굽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물이나 액체가 스며들 수 없을 정도로 조직이 치밀하다. 액체류 흡수율이 0.5~1%다. 음식 국물이나 물을 흘려도 스며들지 않아 세균 번식의 우려가 없다. ‘케미포비아 현상(화학물질을 꺼리는 현상)’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이 흙과 모래 등 천연 물질을 활용한 세라믹 소재를 선호하게 된 것도 인기 요인이다.

최근 세라믹 유통사업에 진출한 현대리바트는 세라믹 소재의 인기에 힘입어 B2C 제품뿐 아니라 아파트 단지 납품 등 B2B 사업도 본격적으로 확장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현대리바트는 “최근 서울 반포동 ‘디 에이치 라클라스’ 재건축 조합과 세라믹 부엌가구 패키지를 선택형 가구로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며 “부엌 가구 외에도 내·외장 마감재용 세라믹 타일 납품을 문의하는 건설사나 시행사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프리미엄 빌트인 가구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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