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갑 기자 ] 아늑하고도 그리운 고향은 세월이 가도 눈에 밟힌다. 고향 마을 어귀 당산나무나 친구들과 뛰놀던 뒷동산, 아담한 초가집 등의 기억은 항상 가슴 한편에서 맴돈다. 어려웠던 시대에 마주친 평범한 사람과 사물에서 은은한 체취가 느껴지는 것은 순전히 소박하고 진솔한 삶이 그리워서일 테다.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이 작고 직전인 1964년 완성한 ‘두 나무와 두 여인’이 그렇다. 비록 그림이지만 옛 기억을 불러내며 잠시 쉬어가고 싶은 마음을 부추긴다. 박수근은 동시대인들의 소박한 삶을 개성 있게 묘사한 화가였다. 프랑스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가 부인과 고향을 소재로 즐겨 그렸듯이 박수근도 궁핍한 시대를 관통한 모성애와 가족을 작품 소재로 활용했다.
이 그림 역시 고목 두 그루를 뒤로하고 머리에 바구니를 이고 가는 두 아낙네를 비교적 둔중하고 가식 없이 표현했다. 고목과 여인을 배치한 아주 단순한 설정이지만 가난한 시대의 삶, 그 속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풍경이 묘한 울림을 준다. 단순한 형태와 선묘를 이용해 대상의 본질을 어루만지고, 서양화 기법을 통해 우리 민족적 정서를 거친 화강암과 같은 재질로 빚어냈다. 군더더기 없는 절제된 선, 원근과 명암이 배제된 대담한 구성, 은은하고 투명한 색채는 절박한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내 눈높이에 맞춘 작은 그림이 어머니의 품속처럼 아늑하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