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원사업만 32개 달해
예술단체 자생력 제고 역점
[ 김희경 기자 ]
“예술성과 수익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예술단체의 자생력을 먼저 높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창작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작업이 중요하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창업부터 구인, 유통까지 예술경영 전 주기에 걸쳐 이를 돕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니 지켜봐 주십시오.”
지난해 8월 취임한 김도일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57)는 지난 11일 한국경제신문과 취임 후 첫 인터뷰를 하면서 센터의 일대 혁신을 예고했다. 극단 화랑 등 예술단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좋은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흥행과 수익성 앞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작품에 몰두하느라 유통, 재정 등까지 고려한 ‘예술경영’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도 그 원인 중 하나다.
김 대표는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체계적인 경영시스템을 안착시키려는 예술가들이 요즘 늘어나고 있다”며 “예술경영지원센터도 이에 발맞춰 관련 지원사업을 32개까지 늘렸다”고 소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공연, 전시 관련 예술단체 경영에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기관이다. 2013년까지만 해도 20여 개에 불과했던 지원사업 분야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예산도 같은 기간 2.3배 증가했다. 김 대표는 “32개의 지원 사업을 통해 훌륭한 예술경영 롤모델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지원은 예술단체나 기업이 세워지는 첫 단계부터 이뤄진다. 2016년부터 실행하고 있는 창업지원사업 ‘예술해커톤’을 통해 현재 3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문을 열었다. 블록체인 기반 그림 감상 시스템을 만든 ‘플레용 주식회사’, 시니어 세대와 문화예술교육기관을 잇는 플랫폼을 제작한 ‘아날로그 커뮤니케이션즈’, 문화예술교육 플랫폼 사업을 하는 ‘아트랑’이다. 2015년부터 구인도 돕고 있다. 취업 컨설팅을 통해 구인난을 겪는 예술단체와 취업난을 겪는 학생들을 매칭시켜주는 것이다. 누적 참여자 수는 1335명에 달한다. 2007년부터 ‘예술경영아카데미’를 통해 1만3000여 명의 예술계 사람들에게 강의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극단 ‘신명’ 대표, 조선대 기초교육대학 문학 교수를 거쳤다. 그는 “교수로 일하며 예술단체 평가지표를 만들고 문화재단 등에 대한 자문을 오래 해왔다”며 “그런 과정에서 예술단체들이 어려움에 부딪히는 상황을 자주 접했는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취임 직후 센터 내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센터는 대표적으로 화랑 예비전속작가 제도를 올해 처음 도입했다. 그는 “화랑이 지속성장하려면 전속작가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매칭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도입하게 됐다”며 “80명 작가를 뽑는 과정에 1200여 명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대대적 조직 개편도 시행했다. 10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정보분석팀’을 신설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 미술정보통합시스템 등을 통해 예술 전 분야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그는 “이전엔 기능적 분석을 하는 정도였다면 이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책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술단체들이 좁은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해외 유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과 협력해 국내 최대 공연제인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센터는 지난해 이 예술제에 공연의 해외 진출을 돕는 장터인 ‘서울아트마켓’(PAMS)을 결합해 개최했다. 해외 바이어들에게 작품 쇼케이스를 선보이거나 팸플릿을 보여주고 관심이 있으면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마켓과의 결합을 처음 시도해 봤습니다. 처음이다 보니 다소 기계적인 결합이긴 했어요. 앞으로 전막 시연 등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방안을 더 고민하고 있습니다.”
임기 3년 동안 이루고 싶은 그의 목표는 명확하다. “열악한 환경에도 많은 지원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다른 기관들과도 협력해 국내 예술계 위상을 높이는 일에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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