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不 제재' 여전
2년새 중국인 입국자 수 반토막
전세기는 한대도 못띄워
[ 류시훈/박상용/안효주 기자 ]
12일 오후 찾아간 서울 명동. 쌀쌀해진 날씨와 미세먼지 탓에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곳은 2년 전만 해도 남대문 일대와 함께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들로 북적였던 대표적 상권이었다.
“말도 마세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전보다 매출이 70%나 줄었어요. 회복될 조짐도 없고요.” 화장품 브랜드 매장을 운영 중인 한 점주의 푸념이다. 동남아시아 관광객이 다소 늘었지만, “씀씀이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여서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노점에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유커가 돌아와야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 같다”며 “중국이 이렇게 옹졸한 나라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에서도 한류를 제한하는 ‘한한령(限韓令)’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 드라마는 중국 TV에서 자취를 감췄고, 한국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상업광고도 사라졌다. K팝 스타들의 대규모 공연도 중단됐다. 소규모 팬 미팅 정도가 간혹 열리는 게 고작이다. 한 대기업 주재원은 “대중이 접할 수 있는 매체에서 한류 콘텐츠가 실종된 지 오래”라고 전했다.
‘찔끔’ 해제로 시늉만…핵심은 빠져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반발한 중국은 2017년 3월 15일 자국 여행사들의 한국 관광상품 판매 금지를 시작으로 노골적인 보복 조치에 나섰다. 중국 내에서 온라인을 통한 한국 여행상품 판매가 불허됐고, 한국을 오가던 전세기와 크루즈 운항이 중단됐다. 중국 대부분의 지역에선 한국 관광을 위한 단체비자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이때부터 본격화한 이른바 ‘3불(不) 제재’는 2년이 다 되도록 후련하게 풀린 게 없다.
이쯤 되면 중국이 보복을 풀 의도가 없다고 봐야 한다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중국 특유의 지연책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국 정상 간 이뤄진 합의는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0월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경제관계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지난해 3월엔 시 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단체관광 정상화를 요구한 문 대통령에게 “믿어주시기 바란다”고 말해 기대감을 키웠지만, 그때뿐이었다.
핵심 제재로 꼽히는 온라인을 통한 여행상품 판매는 여전히 재개되지 않고 있다. 지난 2년간 풀린 것이라고는 베이징 상하이 충칭 산둥성 후베이성 장쑤성 등 6개 지역의 단체비자가 허용된 정도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가 재개돼야 모든 게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도 ‘사드 보복’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현대 매출은 2년 새 반토막 났다.
“시진핑 주석 방한 때나 해제 기대”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지속되면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급감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6년 806만 명에 달했던 중국인 입국자 수는 2017년 416만 명으로 반토막 났다. “다소 회복됐다”고 하는 2018년에도 478만 명 수준에 그쳤다. 월별로는 2016년 7월 91만7500명이 한국을 찾았다. 그러나 제재 조치가 이뤄진 이듬해 3월 36만 명으로 줄었고, 4월엔 22만 명까지 곤두박질쳤다.
단체관광객이 줄면서 항공사들의 전세기 취항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중국인 관광객이 최대를 기록했던 2016년 전세기를 포함해 약 400회 부정기 항공편을 운항했다. 두 항공사의 전세기 운항은 2017년 3월 이후 모두 중단된 상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단체비자를 허용했지만, 여행사 대리점에 직접 찾아가야 한국 상품을 살펴보고 예약할 수 있어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유통, 관광, 호텔업계는 지난달 열린 미·북 정상회담에 기대를 걸었다. 사드 보복 해제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고, 종전선언 등으로 이어지면 시 주석이 북한과 한국을 잇따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 주석이 방한하면 그 전후로 한국 여행상품 온라인 판매 재개와 같은 ‘굿 뉴스’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미국과 북한의 합의가 불발한 데다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사드 보복 해제와 같은 현안의 해결은 뒤로 미뤄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류시훈/박상용/안효주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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