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포함 안돼…사상 처음

입력 2019-03-12 17:48  


북한이 5년 만에 치른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당선자 명단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포함되지 않았다. 남쪽의 국회의원 격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북한 최고지도자가 겸직하지 않는 것은 북한 정권 역사상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중앙선거위원회가 12일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당선자 687명의 명단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그 직후 조선중앙방송과 조선중앙TV가 전체 당선자 명단을 공개했지만 김 위원장의 이름은 포함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집권 후 처음 치른 2014년 3월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는 '111호 백두산선거구'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북한 매체들은 선거 하루 만에 김 위원장의 당선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뒤 이튿날 전체 당선자 명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지난 10일 선거를 치른 지 이틀 만에 전체 명단이 발표될 때까지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을 대의원 후보로 추대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대의원에서 빠진 것은 그가 집권 후 추진해온 '정상국가화'를 자신의 정치적 지위에도 적용하려는 행보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은 '제5호 갈림길선거구'에 당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제1부부장은 앞서 2014년 실시된 제13기 대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지만, 2016년 최고인민회의 회의에 참석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사망 등으로 결원이 생긴 대의원 자리에 보선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번 선거를 통해 대의원에 정식 진입하면서 김 위원장의 동생이면서 '핵심 측근'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와 함께 대미 외교와 핵 협상에 관여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외교·대남라인 실세들이 대의원에 처음 진입했다. 최휘 노동당 부위원장, 김능오 평양시 당위원장, 정경택 국가보위상, 리일환·최동명 당 부장, 장룡식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 김정은 체제 들어 본격 등용된 '신실세'들도 대의원에 새로 포함됐다.

현재 병상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광호 당 부위원장도 당초 예상과 달리 14기 대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7년 10월 선전선동부장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박 부위원장은 지난해 11월 3일(중앙통신 보도일 기준) 이후 4개월가량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대의원 진입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중앙선거위원회는 이날 이번 선거에서 전체 선거자 99.99%가 선거에 참여해 100%의 찬성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세대교체 혹은 '물갈이 인사' 등 북한 권력 구조 변화가 가시화되는 계기이므로 그 자체만으로도 비중이 큰 행사다. 이번 선거는 지난 2014년 3월9일 치러진 13기 대의원 선거 이후 5년 만으로, 선거를 계기로 '김정은 2기'가 정식 출범하게 된다.

13기 선거 당시 대의원 교체율은 55%였다. 이번 선거에서는 40%대 후반으로 절반을 밑돌아 지난번보다 교체율은 다소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꾸려진 14기 최고인민회의는 다음 달 초순 첫 정기회의를 열고 국무위원회와 내각 등 국가기구 인사와 북미정상회담 합의 결렬 이후의 정책방향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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