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혁 문화부 기자
[ 유재혁 기자 ] ‘승리와 정준영 게이트’가 연예계를 강타하고 있다. 성폭행 동영상의 출처인 클럽 버닝썬을 운영해온 빅뱅의 승리(본명 이승현·29)를 경찰이 성매매 알선 혐의로 지난 8일 입건한 데 이어 승리가 포함된 모바일 단체 채팅방에서 불법 촬영(몰카)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로 가수 정준영(30)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정준영은 13일 새벽 사과문을 내고 “제 모든 죄를 인정한다”며 “저는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여성을 촬영하고 이를 소셜미디어(SNS) 대화방에 유포했고 그런 행위를 하면서도 큰 죄책감 없이 행동했다”고 밝혔다.
승리와 정준영은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고,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와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는 이들과의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동영상에 관련돼 있다고 소문난 연예인의 소속사들은 잇따라 반박 성명을 냈고, 다른 기획사도 자칫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한국 연예산업의 현주소와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일종의 ‘연예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부작용이 일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승리가 속한 빅뱅은 최고 인기 아이돌그룹이지만 지난 13년간 다양한 사건·사고에 휘말렸다. 지드래곤과 탑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물의를 일으켰고, 같은 소속사 걸그룹 2NE1은 암페타민 82정을 밀수입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자숙하지 않고 연예활동을 재개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승리가 직접 운영한다고 밝힌 또 다른 클럽 러브시그널의 소유주가 양현석 대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클럽을 운영 중인 A법인의 지분 70%는 양 대표가, 30%는 양 대표 동생인 양민석 대표이사가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양 대표는 이와 관련, 탈세 의혹을 받고 있지만 YG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아티스트뿐 아니라 그들을 관리해야 하는 기획사조차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가 한류 스타를 지나치게 관대하게 대해 이들의 잘못과 악행이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사법 체계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미디어는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의 모습을 무차별적으로 재생산해 면죄부를 준다는 것이다. 강문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번 사건은 연예권력을 중심으로 형성된 ‘한국형 마피아’ 같은 모습도 보여줬다”며 “연예인을 중심으로 사업가, 부패경찰, 마약, 성매매 등이 얽혀 있다”고 말했다.
스타가 되기는 힘들어도 추락하는 것은 잠깐이다. “스타는 자유를 구속당할 수밖에 없다”며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온 배용준의 언행을 연예인들이 새겨들을 때다.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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