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北 인권결의안' 기권 때
"北에 알려주고 반응 살펴야" 주장
[ 박재원/박종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아 발탁한 장관 후보자들이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막말과 ‘꼼수증여’, ‘이중국적’ 등 쏟아지는 각종 의혹 제기에 청와대 내부에서도 최종 임명까지 가는 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내로남불’ 공격 피할 수 있을까
이 중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부적절한 발언이 연일 나오면서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13일에는 2007년 당시 노무현 정부의 유엔 총회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결정에 대해 “북한에 사전 통보하고, 북한 반응을 살필 필요가 있었다”는 의견을 밝힌 사실이 알려지며 도마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016년 10월 출간한 자서전을 통해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 총회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전 북한의 의견을 물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남북한 관계를 반영해서 결정한 것”이라며 “자연스러운 결정”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또 지난해 4월 통일연구원장 재직 당시 유엔군사령부 해체 방안이 담긴 ‘평화협정 시안’을 중국 전문가들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대북 제재 비판’ 등 김 후보자의 이전 발언과 맞물려 통일부 수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꼼수증여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최 후보자는 장관직에 지명되기 직전 20여 년간 본인 명의로 보유해온 경기 성남시 분당 아파트를 장녀 부부에게 증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증여 이틀 뒤 최 후보자는 장녀 부부와 임대차 계약을 맺어 이 아파트에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60만원을 내며 거주하고 있는 상태다.
최 후보자가 장녀에게 아파트를 증여한 시점은 국토부 장관 교체를 앞두고 후보자 검증 작업이 한창이던 시기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최 후보자는 “1가구 1주택자가 되려고 노력했지만 분당 아파트가 제때 팔리지 않아 불가피하게 2주택이 된 상태가 계속됐다”고 해명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역시 아들의 이중국적 논란이 청문회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박 후보자의 아들은 미국과 한국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다. 박 후보의 남편이 아들 출생 당시 미국 국적이었기 때문이다. 아들이 연간 학비가 3200만원에 이르는 외국인학교에 다닌 전력도 비판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11년 서울시장에 출마했을 때도 “한국에서 키우며 굳이 아들을 외국인을 위한 학교에 보내야 했냐”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여당 일각에서는 4선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여러 청문회를 통해 독설을 쏟아내온 만큼 ‘내로남불’ 공격에 시달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野 “김연철 낙마시킨다”
다수의 후보자가 구설에 오르자 청와대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검증 때 살펴본 문제들이지만 청문회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 같다”며 “과거처럼 지지율이 높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북한은 유엔사를 ‘괴물’에 비유하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해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런 유엔사를 해체하는 논의를 했다니 김 후보자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통일부 장관이냐”고 비판했다. 원유철 한국당 의원은 “북핵 문제에 대한 상황 인식에 있어 김 후보자는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며 부적절한 임명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한국당 의원 역시 “과거 발언과 행적 등을 비춰 볼 때 김 후보자가 가장 낙마 가능성이 높다”며 “외교통일위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실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비위 혹은 문제성 발언 등을 수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민 대변인은 “과연 ‘검증 시스템’이라는 게 있기나 한 것인가”라며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무 말 대잔치나 벌이고 있는데도, 김 후보자의 통일관과 과거 막말이 논란이 될 것을 몰랐다면 인사 검증 시스템이 붕괴된 것이고, 알면서도 임명을 강행하려 한다면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의 극치”라고 말했다.
박재원/ 박종필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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