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까지 압박했지만…늪에 빠진 '제로페이'

입력 2019-03-13 17:55  

1월 사용액, 개인카드 결제비의 0.0003%
활성화 총력 나선 서울시



[ 임락근 기자 ] 서울시가 소상공인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제로페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 3개월이 넘었다. 서울시는 이달 말 25개 자치구의 가맹점 유치 실적을 평가해 특별교부금 300억원을 차등 배정하기로 하는 등 총력전을 펴고 있지만 제로페이 결제 실적은 처참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에게 유인책이 크지 않아 확산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카드결제금액의 0.0003%

“서울시청 근처라 서울시 공무원들도 밥 먹으러 많이 오는데, 그분들도 쓰는 걸 거의 못 봤어요.”

13일 서울 중구 북창동에서 복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A음식점. 기자가 계산대에 놓인 제로페이 QR코드를 가리키며 “손님들이 많이 쓰냐”고 묻자, 점주 B씨는 “얼마 전 공무원들이 찾아와 권유하기에 제로페이에 가입하긴 했는데, 여태껏 이걸로 결제한 손님은 손에 꼽는다”며 이같이 답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 망우동 우림시장을 돌며 제로페이 이용을 권유하는 홍보활동을 했다. 그러나 결제 과정에서의 불편함과 소비자 인센티브 부족 등으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 6일 김종석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제로페이 결제실적은 8633건, 결제금액은 약 1억9949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달 국내 개인카드 결제 건수 15억6000만 건과 견주면 0.0006%, 결제금액 58조1000억원에 비하면 0.0003%에 불과한 수준이다.

서울시는 ‘앞마당’ 격인 시청 앞 광장에서 작년 12월 21일부터 52일간 스케이트장을 운영하며 제로페이 광고판을 곳곳에 걸어놓고, 제로페이 이용 시 입장료 최대 90% 할인 등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지만 스케이트장 매출 중 제로페이로 결제된 규모는 1.2%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사용실적, 가입실적 등 사업 현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총력전

제로페이가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 것은 별다른 유인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이병태 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플랫폼 사업이 성공하려면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유인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제로페이는 카드수수료가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져 공급자인 영세 자영업자에게 큰 매력이 없는 데다 현재 직불카드보다 소득공제율이 높지 않고 포인트 적립 등 부가서비스도 없어 소비자에게도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제로페이로 결제할 경우 소득공제율이 최대 40%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이를 위한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기획재정부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축소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다른 결제 수단의 공제 범위를 줄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가맹점에 사용자의 QR코드를 인식하는 결제방법인 POS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결제 과정 간소화를 위해 여러 안을 마련 중이다. 이달 하순부터는 ‘모바일 티머니’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결제액의 1~2%를 마일리지로 돌려준다. 다음달까지 CU, GS25, 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 업체를 제로페이에 가맹시켜 편의점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강공원, 어린이대공원 등 390여 개 서울 공공시설에서는 제로페이 할인을 적용한다. 아파트 관리비, 전기요금 등과 시·구에 납부하는 지방세와 범칙금 등도 제로페이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역시 검토 중이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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