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황금분할의 진실

입력 2019-03-13 18:01  

고두현 논설위원


[ 고두현 기자 ] 고대 그리스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우주의 근본을 ‘수(數)’라고 믿었다. 모든 수를 정수와 분수로 표현할 수 있는 유리수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분수로 표현할 수 없는 무리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당황했다. 무리수가 모든 분수 사이에 숨어 있기 때문에 무한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뒤였다.

무리수 가운데 흥미로운 것이 황금비(黃金比·황금분할·황금비율)와 원주율(圓周率·파이·π)이다. 황금비는 기하학의 창시자 유클리드가 기원전 300년 무렵에 정의한 것으로 근사값이 약 1.618이다. 황금비는 심미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전체와 부분의 비율’을 의미하기도 한다.

건축물 중에서는 이집트 쿠푸 왕의 피라미드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등이 최고의 황금분할 사례로 알려져 있다. 학자들은 예술작품에도 황금비율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말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 ‘모나리자’를 비롯해 세계적인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까지 황금비율 이론으로 설명하곤 한다.

그러나 이런 문화재나 예술작품들을 황금비율 개념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불과 100여 년 전부터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천문학자 마리오 리비오는 “대부분의 인공물과 관련해서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 있는 황금비율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원전 5세기에 지어진 파르테논 신전의 폭과 높이의 비(比)는 약 2.25여서 황금비 1.618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쿠푸 왕의 피라미드는 황금비율이 정의되기 훨씬 전인 기원전 2500년께 건설됐다. 당시 사람들은 황금비율은 물론이고 이와 밀접한 펜타그램(별 모양 도형)에 관한 지식조차 없었다. 그러니 피라미드를 황금비율에 맞춰 건설했다고 볼 수 없다. 그나마 원주율을 이용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한다.

그는 “과거 사람들은 꼭 1.618이 아니라 1.5와 1.8 사이를 오갔다”며 “황금비율을 예술과 건축에 널리 적용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 이후”라고 말한다. 고대 건축물에까지 수학적 개념을 덧씌우는 것에 대해서는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인간의 ‘프레임(틀)적 사고’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럼 진짜 황금비율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는 “인공물이 아니라 자연 현상에 황금분할의 비밀이 감춰져 있다”며 “꽃잎의 배열이나 앵무조개의 나선무늬, 은하의 형태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모든 것은 수’라는 집착이 황금비율이야말로 이상적인 미의 법칙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낳았다는 것이다.

오늘 원주율(3.14)을 기념하는 ‘파이(π)의 날’(3월 14일)을 맞아 수와 관련된 인간 사고의 한계와 본질을 새삼 되돌아본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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