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시사한자] 放(놓을 방) 蕩 (방탕할 탕)

입력 2019-03-14 17:24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놓다, 풀다, 버리다 등의 새김을 지닌 글자가 放(방)이다. 앞의 方(방)은 성채를 가리킨다. 그 옆은 원래 모양이 ‘(복)’이다. 무엇인가를 잡고 때리는 일이다. 그래서 글자 전체는 ‘누군가를 성으로부터 쫓아내다’는 뜻을 얻었다고 본다.

이를테면 방출(放出)이자 축출(逐出)이다. 이 글자의 쓰임은 아주 많다. 해방(解放)과 개방(開放), 방송(放送) 등 우리 생활에 친숙한 단어에도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본뜻에 퍽 충실한 단어로는 방벌(放伐)을 꼽을 수 있다. 폭압적인 정치를 하는 권력자를 공격해 자리에서 쫓아내는 일이다. 가축을 놓아서 기르면 방목(放牧), 풀어서 먹이면 방사(放飼)다. 자주 쓰는 방심(放心)은 ‘마음을 놓다’는 의미다. 포기하다의 뜻이 방기(放棄), 풀어서 맡겨버린다는 의미가 방임(放任)이다.

방담(放膽)이라는 말도 있다. 담(膽)을 풀어놓는(放) 행위다. 겁을 상실한 사람 또는 배짱 좋게 달려드는 사람의 마음상태다. 방담(放談)은 거리낌 없이 말을 쏟아내는 행위다. 특정한 주제 또는 틀 없이 자유롭게 나누는 대화다.

방탕(放蕩)은 이리저리 풀려(放) 물처럼 마구 흘러 다니는(蕩) 상태를 가리킨다. 아무 데나 마구 다니며 제가 지닌 시간과 자산 등을 헛되게 쓰는 행위다. 버릇없이 구는 일은 방자(放恣), 제멋대로 하면 방사(放肆)나 방종(放縱), 마구 다니면서 빈둥거리면 방일(放逸), 주의력 결핍까지 드러내면 방만(放漫)이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면 분방(奔放), 물처럼 정처 없이 떠도는 일이면 방랑(放浪)으로 적는다.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自由奔放)해 호방(豪放)해도 좋다. 그러나 방심에 이어 제 본분을 놓치는 방기, 겁 없이 마구 움직여 방담(放膽)에까지 이르면 곤란하다. 방자하게 굴다가 방종을 넘어 방사(放肆)한 지경에 이르면 사람 취급을 제대로 못 받는다.

대중의 인기에 힘입어 함부로 굴다가 사법의 심판대에 오를지도 모르는 신세대 아이돌 출신 연예인들이 다 그렇다. 지향을 잃어 옳고 그름조차도 못 가리는 방탕한 우리 사회 분위기의 직접적인 반영이 아닐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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