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치료기 만들다 우연히 개발한 'LED 마스크'…5000억 시장 일구다

입력 2019-03-14 17:42   수정 2019-03-15 11:13

판 커지는 LED 마스크 시장

LG보다 두 배 비싼 제품으로 승부하는
셀리턴 김일수 대표

올해 매출 1000억에 도전



[ 전설리 기자 ]
작년 초 삼성전자는 디지털프라자에서 판매할 LED(발광다이오드) 마스크 물색에 나섰다. LG전자의 프라엘 마스크가 잘 팔리자 디지털프라자에서도 LED 마스크를 찾는 고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담당자는 시판 중인 제품 가운데 가장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정해 임원에게 보고했다. 셀리턴 LED 마스크였다. 보고를 받은 임원은 회의적이었다. 생전 처음 들어본 셀리턴이란 회사가 만든 제품 가격이 LG 제품보다 두 배 이상 비쌌기 때문이다. 담당자는 “중소업체지만 기술력이 뛰어나 효과를 본 이용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제품”이라고 설득했다. 임원은 “가격을 좀 낮춰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라”고 했다. 셀리턴은 LED 칩 개수를 줄여 원가를 낮춘 셀리턴 라이트 플러스를 개발, 지난해 5월부터 디지털프라자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화전민의 아들…끈질긴 생명력

중소업체가 난립한 뷰티 마스크 시장에서 LG와 1, 2위를 다투는 업체로 성장한 셀리턴의 창업자는 김일수 대표(55)다. 그는 화전민의 아들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골에서 살았다. 1970년대 산림녹화 정책으로 대구 변두리로 강제 이주당했다. 지방대 기계공학과에 들어갔지만 중퇴했다. 이후 자동차 부품업체 품질관리부서에서 3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영업사원으로 1년간 일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한 친구가 유치원 졸업생 명단을 가지고 학습지를 팔아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 제안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 그는 대구에서 학습지회사와 입시학원을 차렸다. 벌이는 나아졌으나 고됐다. 입시학원은 매일 오전 2시에 끝났다. 10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2008년 김 대표는 두 번째 회사를 창업했다. 온라인쇼핑몰을 차렸다. 그즈음 김 대표는 무좀과 탈모로 고생하고 있었다. 좋은 약과 샴푸를 써봤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직접 만들어보자”고 결심한 뒤 발샴푸 풋크림 발모제 등을 개발해 판매도 해봤다. 어느날 단순한 질문이 떠올랐다. ‘발모제를 효과적으로 두피에 흡수시키면 머리가 좀 더 빨리 자라지 않을까.’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어딘가에서 근적외선이 효과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곧 헬멧 형태의 근적외선 발모기기 개발을 시작했다. 실험에서 실망스러운 결론을 얻었다. 이 기기는 최소 3~4개월 지나야 효과가 나타났다. 사람들이 생소한 제품의 효과를 3~4개월이나 기다려줄 것 같지 않았다.

해결책을 찾다가 우연히 다른 효과를 알아냈다. LED 파장을 바꿔 얼굴에 적용하면 피부 개선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피부 개선 효과는 1~3주면 나타났다. 2013년 방향을 바꿔 마스크 개발을 시작했다. 2014년 셀리턴 마스크 1세대 제품을 내놨다. 국내에 LED 마스크 시장을 연 제품이다.


해외서도 고급 브랜드 전략

셀리턴 마스크 1세대는 판매량이 적었다. 김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벌어놓은 돈을 계속 쏟아부어 제품을 개선해나갔다. 2016년 2세대, 2017년 3세대 제품을 내놨다. 3세대 출시 3개월 뒤인 2017년 9월 LG전자가 프라엘을 내놓으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LG는 배우 이나영 씨를 모델로 내세워 광고했다. 셀리턴은 배우 강소라 씨를 모델로 광고를 시작했다. 삼성 디지털프라자에도 들어갔다. 지난해 매출은 6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배 성장했다. 대기업의 진출과 디지털프라자 입점에 따른 제품 신뢰도 향상, 광고 효과, 입소문 등이 매출을 끌어올린 요인이다. 김 대표는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있게 밀어붙였다. LG의 시장 진출로 LED 마스크라는 제품 자체를 알릴 필요 없이 제품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셀리턴 LED 마스크 프리미엄급 제품 가격은 174만7000원이다. LG 프라엘 마스크(79만9000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싸다. 가격이 비싸도 잘 팔리는 이유를 묻자 김 대표는 “효과”라고 답했다. 그는 “LED 마스크는 LED 파장과 조사 각도 등에 따라 효과가 다르며 출력을 높이면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다. 탄력 미백 모공축소 보습 등 효과가 가장 뛰어난 파장을 찾아 제품에 적용한 것이 셀리턴 마스크의 인기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2월까지 셀리턴 누적 매출은 330억원. 두 달 새 지난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올해는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동남아 시장에는 이미 진출했다. 김 대표는 “해외 뷰티 마스크 시장은 거의 형성되지 않은 상태여서 한국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당장 제품 판매보다 고급 브랜드를 구축해 해외 시장을 개척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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