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엔터 매물 쏟아내는 기관…SRI 자금도 회수하나

입력 2019-03-14 17:46  

실적쇼크에 '승리 악재' 불거져
올들어 1000억원 이상 순매도



[ 나수지 기자 ] 지난해 하반기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사들였던 기관투자가들이 올 들어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커진 데다 소속 가수 승리가 성접대 의혹에 휘말리는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다. 일각에서는 승리가 연루된 ‘버닝썬 사건’ 수사 진행 과정에 따라 사회책임투자(SRI) 관련 자금이 추가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14일 코스닥시장에서 와이지엔터는 600원(1.59%) 떨어진 3만7150원에 장을 마쳤다. 올 들어 21.78% 하락했다. 주가 하락을 이끈 건 이날도 기관투자가였다. 기관은 이날 3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은 올 들어 이 종목을 101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 11~12일 이틀에만 479억원어치 주식을 시장에 내놨다.

작년까지만 해도 기관들은 앞다퉈 와이지엔터 주식을 사들였다. 국민연금이 지난 1월 와이지엔터 지분 6.06%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고, 지난해 7월엔 신영자산운용이 지분 5.13%를 새로 취득했다고 대량 보유 공시를 냈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지난해 초부터 엔터주가 급등하자 주가가 많이 오른 JYP엔터테인먼트나 에스엠보다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와이지엔터에 기관 자금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기관투자가가 와이지엔터에 등을 돌린 건 올초부터다. 주가가 단기 급등하면서 가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빅뱅 멤버 승리가 사내이사를 맡았던 클럽 버닝썬에서 마약을 이용한 성범죄가 벌어지고 경찰이 유착관계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신진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주식부문 대표는 “악재로 당분간 반등이 힘들 것으로 내다본 기관의 매물이 쏟아졌다”며 “주가가 추가로 하락하면 기관의 자동 로스컷(손절매)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승리 사건’의 수사 진행에 따라 SRI 펀드 등에서 추가로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SRI 펀드는 담배 도박 무기 마약 등에서 수익을 내거나 기업경영 방식이 부도덕한 종목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연기금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한 자산운용사 주식담당 임원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승리 개인의 일탈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연기금 등에서 집행한 관련 자금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수사 과정에서 회사가 이를 알고도 묵인했거나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 SRI 펀드가 와이지엔터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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