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경기둔화 대비할 때…IT株보다는 소비·헬스케어株 주목"

입력 2019-03-14 17:52  

삼성증권 '해외투자 콘퍼런스'
주요국 증권사 전문가 진단



[ 강영연/나수지 기자 ]
올 들어 글로벌 주요국 증시는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독일 닥스지수(지난 13일까지 9.6% 상승), 미국 다우지수(10.2%)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21.4%), 베트남 호찌민VN지수(12.6%) 등 신흥국까지 훈풍이 이어졌다.

삼성증권 주최로 14일 열린 ‘해외투자 콘퍼런스’에 참석한 중국, 베트남, 유럽, 미국 애널리스트들은 그러나 “주가가 너무 올랐다”며 신중론을 제시했다. 이들은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럽 “미국발(發) 경기 둔화 대비해야”

롤랑 카로얀 소시에테제네랄 수석연구원은 “미국에서 앞으로 12~18개월이면 경기 둔화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유럽 증시는 미국 등 글로벌 경제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내일 당장 경기 둔화가 오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어주에 투자해야 한다”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은 종목보다는 실제 실적이 나오는 업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카로얀 연구원은 제약, 식품, 가정용품, 생필품 등 불황기에도 소비가 이어지는 업종과 배당이 높은 가스·석유 관련 업종에 투자할 만하다고 추천했다.

개별 국가로는 스위스를 꼽았다. 카로얀 연구원은 “스위스에는 방어주 성격의 제약회사, 식품회사가 많다”며 “스위스 프랑은 일본 엔과 마찬가지로 안전자산 역할도 해 경기 침체기에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 대한 투자는 신중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 6개월간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상승폭이 크고, 사상 첫 연합정권이 들어서는 등 정치적 불안정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기 리스크 이미 반영”

상하이종합지수는 올 들어 20% 넘게 올랐다. 미·중 무역협상의 원만한 타결과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작용했다. 페이징 친 중신증권 수석연구원은 “기업 실적 개선 등 펀더멘털이 좋아졌다기보다 정책 기대 등 심리적 요인으로 올랐다”며 “상승세가 지속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는 시장이 급하게 오른 만큼 지수에 투자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하는 기업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친 연구원은 “전기차, 5세대(5G) 이동통신, 산업자동화 등은 미국이 가장 견제하고 있어 저평가돼 있다”며 “궁극적으로 중국 정부가 포기할 수 없는 분야라 장기 성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2~3분기 안에 바닥을 확인하고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며 “지난해 말까지 리스크(위험)가 가격에 반영돼 큰 폭의 증시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헬스케어, 필수소비재에 관심”

비에타 맨디 씨티증권 글로벌주식 수석연구원은 “연초 랠리가 너무 빨라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지 않은 가운데 대내외 변동성이 커졌다”며 “앞으로 조정이 자주 일어날 텐데 그때를 매수 시점으로 잡을 만하다”고 조언했다. 맨디 연구원은 “변동성 장세를 견뎌낼 수 있는 헬스케어와 필수소비재, 산업 사이클 측면에서는 금융과 산업재에 투자할 만하다”며 “이미 많이 오른 정보기술(IT) 관련 종목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맨디 연구원은 달러 가치가 지금보다 2% 정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고, 미 중앙은행(Fed)도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며 “달러 약세가 진행되면 신흥국 시장에 투자할 때”라고 조언했다.

베트남 “프리미엄 소비업종 유망”

호찌민시티증권은 올해 베트남 대표지수인 VN지수가 750~110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VN지수가 지난 13일 1005.41에 마감한 점을 감안하면 연초부터 상단 근처에 다다른 셈이다. 부이응우옌깜장 호찌민시티증권 책임연구원은 “지수가 단기 급등한 만큼 당장은 추가 상승 여력이 많지 않다”면서도 “미·중 무역분쟁 반사 효과로 올해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시장인 만큼 변동성이 커져 주가가 내릴 때마다 매수를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호찌민시티증권이 베트남 증시 장기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황금 인구구조’에서 나오는 구매력 성장성 때문이다. 부이응우옌깜장 연구원은 “베트남 인구 1억 명 가운데 노동력을 갖춘 60세 미만이 90%에 달한다”며 “이들의 구매력을 감안하면 소비재업종이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소비재 가운데서도 기초 소비재보다 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소비재가 유망하다는 게 부이응우옌깜장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일반 라면보다 단가가 비싼 컵라면, 프리미엄 생선 소스 등을 생산하는 마산그룹 등이 관심주”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의 거주·상업용 부동산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응우옌티이엔 호찌민시티증권 부동산섹터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고가와 저가 아파트를 막론하고 분양 소진율이 70% 이상에 달했는데 대부분이 실수요 구매자들로 파악된다”며 “베트남은 도시화 속도가 빠르고 외국인 자금 유입도 가파르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하철 노선 완공을 노린 역세권 투자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응우옌티이엔 연구원은 “내년 호찌민 1호선이 완공될 예정”이라며 “이미 지하철 완공을 예상하고 역세권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올랐기 때문에 앞으로는 상승폭이 완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영연/나수지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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