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세월호를 이렇게 풀어낸 영화가 있었나. 이 시도만으로 '악질경찰'은 의미있는 작품이다.
'악질경찰'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세월호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304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배가 침몰하는 상황이 생중계될 정도였지만 초기 구조 실패로 사상자를 키웠고, 이 중 250명이 수학여행을 떠났던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학생들이었다. '악질경찰'의 배경은 세월호의 아픔을 직격탄으로 맞은 2015년 안산시 단원구였다.
주인공 조필호(이선균 분)는 '악질'이라는 말이 딱맞는 경찰이다. 뒷돈을 챙기며 비리는 눈감고, 범죄까지 사주하는 나쁜 놈이다. 경찰이란 타이틀 없이 욕설이 난무하는 대화와 폭력적인 행동만 본다면 깡패에 가까울 정도다. 경찰 내 감사과에서 집중하는 요주의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조필호의 범죄 공동체였던 한기철(정가람 분)이 경찰 압수 창고를 털다가 의문의 폭발사고로 사망한다. 그리고 그가 죽기 직전 보낸 의문의 동영상을 통해 거대 악의 존재가 드러난다.
인물 설정과 전개만 보면 전형적인 범죄 스릴러에 가깝다. 나쁜 놈인 줄 알았던 주인공이 한 소녀를 통해 각성하고, 더 나쁜 놈과 맞서 싸우는 착한 놈이 된다는 설정 역시 이정범 감독의 전작 '아저씨'와 유사하다.
여기에 차별화가 되는 요소가 세월호였다. 이정범 감독도 "'악질경찰'의 시작은 세월호였다"며 "2015년 안산시 단원구를 갔고, 그곳에서 언론 매체에서 다뤘던 것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 놓았다.
단원고 학생이라는 설정인 장미나(전소니 분) 역시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남자 친구에게 맥주병을 휘두를 정도로 폭력적이고,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단짝 친구의 체육복과 백팩을 훔쳐 나올 정도로 질이 나쁜 비행 청소년인줄 알았던 장미나는 어른들도 견기디 힘들었던 사건을 혼자 삭히며 견뎌내고 있었다.
'악질경찰'은 세월호 구조 당시의 비리, 이후에 벌어진 폭력적인 사회 단상에 대해 고발하는 영화는 아니다. 철저히 상업영화의 공식을 따른다. 절대악을 처벌하는 주인공의 활약, 여기에 긴장감을 풀 수 없는 전개와 시원시원한 쾌감의 액션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때문에 "굳이 세월호를"이라는 의견도 나올만 하다.
이정범 감독은 '악질경찰'을 연출하는 내내 "세월호를 상업 영화의 소재로 가져오는 건 위험한 생각이었고, 그래서 이 얘기를 똑바로 잘하고 싶었다"며 "그럼에도 대형 자본을 투자받아 제작하는 상업영화가 가져야 하는 책임감도 놓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세월호의 의미와 상업영화의 재미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전했다.
감독의 고민은 '악질경찰'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세월호는 여전히 우리의 큰 아픔이라는 점, 남겨진 사람들이 견뎌내야할 슬픔을 전달했다는 점에서 '악질경찰'은 그저 세월호를 이용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여기에 '좋은 어른'의 모습과 책임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차가운 바닷물에 잠겨 희생당한 아이들을 기억했다.
다만 조필호가 어떤 고문과 총격에도 살아나 슈퍼히어로로 귀결되는 결론은 호불호가 갈릴 전망이다. 20일 개봉. 런닝타임 127분. 청소년관람불가.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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