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스타트업 옌섹트의 '곤충농장'
새우 중량 30% 늘고 송어 성장 기간도 단축
'새끼 물고기' 보호 등 환경보호 효과도
[ 강진규 기자 ]
프랑스의 곤충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옌섹트가 지난달 1억2500만달러(약 1417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투자 규모는 미국 이외 국가에서 이뤄진 농업기술 관련 투자 중 최고액이다.
옌섹트는 밀웜(갈색거저리)을 키워 동물 사료, 애완동물 먹이, 비료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전체 제조 과정을 인공지능(AI)으로 자동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투자로 이 회사가 지금까지 받은 투자금은 1억7500만달러로 늘어났다.
옌섹트의 창업자 앙투안 휴버트는 파리 농업대에서 농업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대학에서 곤충이 인간의 위협에 의해 얼마나 증가하고 감소하는지를 연구했다. 휴버트 최고경영자(CEO)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연구가 곤충 세계에 발을 들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곤충으로 창업한 것은 아니다. 그는 석유화학 분야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석유를 용도에 따라 분류해내는 정제 관련 업무를 하던 그는 곤충의 영양성분을 정제해 용도별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2011년 휴버트는 회사를 그만두고 옌섹트를 창업했다. 식용 곤충에 집중하고 있는 다른 곤충 기업과 달리 옌섹트는 처음부터 사료시장을 겨냥했다. 그는 “대량의 곤충을 생산해 단가를 낮추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고 말했다. 창업 당시 곤충 파우더는 ㎏당 약 100유로였는데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당 1유로로 낮춰야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옌섹트는 이를 위해 로봇 기술과 센서,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대규모 곤충 공장인 ‘옌팜’을 세웠다. 균일한 품질의 곤충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한 것이었다. 휴버트가 자신의 회사를 단순한 곤충식품 기업이 아니라 ‘곤충 농업, 미생물, 식물 영양학, 동물 사료, 로보틱스, 빅데이터, 생화학, 효소학’을 다루는 회사라고 소개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옌섹트는 곤충 단백질 옌밀과 옌오일을 개발한 뒤 각종 양식장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새우 양식장에서 실험한 결과 이 사료를 먹인 새우의 중량이 종전보다 30% 증가했다. 또 무지개송어에 이 사료를 먹인 결과 성체로 성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33% 단축됐다. 가장 최근 농어 대상 실험에서는 개체 중량이 13.7% 늘어나는 효과를 확인했다.
옌섹트는 이번 투자금으로 프랑스 북부에 곤충 공장을 새로 지을 계획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단백질 생산량은 현재 수백t 규모에서 약 2만t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곤충은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 등 다양한 영양소를 갖고 있다. 고기와 생선의 소비 일부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생김새가 주는 혐오감 때문에 일반 식품으로서의 시장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많은 소비자 조사 결과 젊은 세대는 곤충을 식품에서 보길 원하지 않으며 곤충의 맛이 느껴지는 것도 싫어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휴버트를 비롯한 곤충 기업가들은 곤충을 양식장과 목장의 사료로 사용하는 것이 부정적인 인식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예측한다. 실제로 옌섹트 외에 네덜란드의 프로틱스, 캐나다의 엔테라피드 등이 이 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다.
환경적인 이점도 있다. 양어장의 사료는 대부분 작은 물고기다. 사료용으로 어린 물고기를 많이 잡다 보니 세계적으로 물고기 개체량이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축산 사료로는 콩과 옥수수 등 곡물이 주로 쓰인다. 세계 식량난의 한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물론 축산 사료를 재배한 땅의 황폐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휴버트는 “곤충은 지속가능성과 환경보호의 관점에서도 잠재력이 큰 식품”이라고 말했다.
FARM 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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