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광 생산하는 멕시코 법인 채권
4.6억달러 두 달 후 만기
[ 조재길 기자 ] 부채만 6조원에 달하는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막다른 길로 몰리고 있다. 오는 5월 해외법인의 외화채권 5200억원 만기가 다가오고 있어서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광물공사가 채권 차환 발행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공기업 최초로 ‘채무불이행’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광물공사는 우량 공공기관인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통합한 뒤 정부에서 추가 출자를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광해공단 노동조합이 결사 반대하고 있다.
‘만기채권 시한폭탄’ 초읽기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광물공사의 멕시코 현지 자회사인 MMB가 과거 발행했던 외화채권 만기가 오는 5월 7일 돌아온다. 총 4억6000만달러 규모다. MMB는 멕시코 내 볼레오지역에서 동광 생산사업을 하는 곳으로, 광물공사가 MMB 채권에 대해 100% 지급보증을 선 상태다. MMB가 만기 채권을 전액 상환하지 못하면 모기업인 광물공사가 대신 물어줘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MMB의 상환능력이 ‘제로’라는 점이다. MMB는 파산 위기다. 과거 광물공사에서 빌렸던 돈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다. 광물공사는 이 회사에 총 9억4740만달러를 대여해줬는데, 그동안 상환받은 금액이 1억5590만달러에 그치고 있다.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광물공사에 이자도 제때 갚지 못하고 있다.
광물공사는 급한대로 신규 채권을 발행해 MMB의 만기 채권을 차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음달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투자자 모집을 위한 로드쇼를 열 계획이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광물공사의 자체 신용으로는 채권 발행이 어려운 만큼 정부에 ‘간접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구조에서 정부가 광물공사의 채권 발행 때 직접 지급보증을 설 방법은 없다”며 “산업부에서 광물공사의 투자 로드쇼에 동행해 ‘광물공사 뒤에 정부가 있다’는 메시지 정도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광해공단과 통합은 ‘첩첩산중’
광물공사 내부적으로도 ‘생명줄’을 연장하기 위해 치열한 자구 노력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 13일 LG상사와 함께 미국 로즈몬트 동광사업 지분 7.95%를 캐나다 허드베이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광물공사와 LG상사가 각각 손에 쥐는 돈은 3750만달러(약 424억원)다. 광물공사는 작년 말에는 알짜배기로 꼽히는 호주 물라벤 유연탄 광산 지분 4%를 8400만호주달러(약 68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말 5조9241억원까지 늘어난 부채를 갚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 회사의 총 자산은 3조9598억원뿐이다. 갈수록 매출이 줄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급증세다. 신규 사업은 없이 부실 자산만 떠안고 있어서다.
정부와 광물공사는 결국 광해공단과 통합하는 방법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보고 있다. 광해공단은 자산 1조6142억원에 부채 3715억원(부채비율 29.9%)인 초우량 기관이다. 강원랜드 지분 36%를 소유한 대주주이기도 하다. 광물공단과 광해공단 모두 강원 원주 혁신도시에 입주해 있고 광물 자산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당 의원 16명은 작년 말 광물공사와 광해공단을 통합해 ‘한국광업공단’을 설립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정 자본금을 3억원으로 하되, 민간 광물개발 사업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대신 자체개발 사업은 하지 않는다. 광물공사의 기존 해외 자산 관리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대행한다.
다만 광해공단 노조가 결사반대하는 게 걸림돌이다. 부실 덩어리인 광물공사와 통합하면 동반 부실을 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광물공사 직원 수가 606명으로, 광해공단(255명)의 두 배를 넘는다는 점도 반대 이유 중 하나다.
광해공단 노조 관계자는 “광물공사의 숨겨진 부실 자산까지 감안하면 통합 시너지보다 동반 추락 가능성이 훨씬 높다”며 “폐광지역 주민들과 함께 강력한 통합 반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광물공사 노조 측은 “정부 출신 비전문가들이 임원으로 내려와서 회사를 망쳐놓고 직원들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가 대주주인 공기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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