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카톡 '경찰총장'…문재인 정부 청와대서도 근무

입력 2019-03-15 22:02  

2017년 민정수석실 파견 후
본청 요직에 영전한 '실세 총경'
김태우 前 수사관 문건에도 등장



[ 조아란 기자 ] 아이돌 그룹 빅뱅의 승리(본명 이승현·29)와 가수 정준영 씨(30) 등의 뒤를 봐준 것으로 알려진 ‘경찰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실세 총경’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5일 ‘승리 단톡방’에서 언급된 A총경(49)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전날 소환돼 경찰 조사를 받았던 유모 유리홀딩스 대표(34) 등은 “(단톡방에서 자신들의 뒤를 봐주고 있다고 언급한) ‘경찰총장’이 A총경”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대를 졸업한 A총경은 2015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과장급 간부로 일했으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서울경찰청 경무과에 배속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 근무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총경은 청와대 근무 당시 민정수석실에 파견된 경찰관 중 가장 높은 직급이었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와 민심 동향 등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에 내근직으로 근무하면서 이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A총경은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T해운 사건’ 폭로에 등장하기도 했다. T해운 사건은 김 전 수사관이 생산한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관련 첩보를 백원우 민정비서관의 지시로 경찰에 이첩했다는 내용이다. 특감반은 야당 의원을 비롯한 민간인을 사찰할 수 없는데도 관련 첩보와 자료를 경찰에 넘겨 수사하도록 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경찰 관계자는 “A총경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1년여간 근무한 뒤 경찰청 본청으로 영전했다”며 “본청 내부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보직을 차지해 ‘실세 총경’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A총경이 강남경찰서 과장으로 근무한 2015년은 승리와 유씨가 클럽 ‘버닝썬’ 창업을 위해 투자자를 접촉했던 시기로 당시 승리는 ‘성접대 지시’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7월에도 유씨와 정씨, 승리 등이 포함된 단톡방에서는 “옆 업소가 우리 업소 내부 사진을 찍어서 신고했지만 ‘경찰총장’이 봐줬으니 괜찮다”며 “어제 유씨가 경찰총장과 문자하는 걸 봤는데 대단하더라”는 취지의 대화가 나오기도 했다. 유씨는 버닝썬 지분 20%를 갖고 있는 승리의 사업 파트너다.

이날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승리는 대기하던 기자들과 만나 “오늘 입영 연기 신청을 할 계획”이라며 “허락만 해준다면 입영 날짜를 연기하고 마지막까지 성실하게 조사받겠다”고 밝혔다. 성매매 알선 혐의를 인정했느냐는 질문에는 승리의 변호사가 “어제 오후 추가로 제기된 승리 씨의 의혹과 관련해 그저께 한 언론사에서 그런 제보를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며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받아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또 “새롭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경찰은 승리가 해외에서 상습적으로 불법 도박을 하고 외국에서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의혹을 내사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도 이날 밤샘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이른바 ‘황금폰’도 있는 그대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버닝썬과 유착했다는 의혹을 받은 전직 경찰관 강모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등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 등이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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