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대미 기싸움의 선봉장에 서고 있다. 미국에서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목소리를 키우는데 맞서 북한에서도 강경파가 전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최선희는 지난 15일 평양에서 북한 주재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 중”이라 밝혔다.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북한에서 처음 나온 공식 입장이다. 사실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장이 최선희의 입을 통해 전달된 셈이다.
최선희가 대미 여론전에 나선 것은 지난달 28일 정상회담 결렬 직후부터다. 그는 회담 결렬 기자회견에서 모습을 드러낸데 이어 취재진의 질문세례도 마다지 않았다. 하노이 현지에서만 3차례에 걸쳐 한국 취재진을 상대했다. 최선희는 취재진에게 ‘새로운 길’을 언급하는 등 강도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김정은에 대해 “앞으로의 조미(북미) 거래에 대해서 좀 의욕을 잃지 않았는가 하는 느낌”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전달하기도 했다.
최선희는 미·북 대화 국면에서 김혁철 대미특별대표에게 실무협상 대표 자리를 넘기면서 핵심에서 밀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하노이 현지에서 최선희가 김정은과 함께 회의하는 모습이 북한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미북 교착 국면에서는 북한 대변인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북한에서 최선희가 ‘스피커’로 나선 것은 최선희가 그만큼 김정은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의미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선희가 대미 외교통인데다 국제무대 경험이 많아 대변인 역할을 하기에 적합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에서는 볼턴 보좌관이 전면에 등장했다. 지난해 4월 허버트 맥매스터의 후임으로 백악관에 입성한 볼턴은 하노이 노딜을 이끈 핵심 배후로도 지목된다. 최선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회담 결렬 배경으로 볼턴 보좌관을 언급하기도 했다.
볼턴 보좌관은 최근 방송 인터뷰를 하며 북한을 압박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 비핵화 모델로 ‘리비아 방식’을 주장해온 볼턴 보좌관은 미북 대화 국면에서는 두문불출해 왔다. 그러나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북한의 비핵화 범위를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결렬되면서 볼턴 보좌관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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