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지는 '버닝썬 게이트'…머뭇대는 검찰

입력 2019-03-17 18:16  

靑 근무 '실세 총경'까지 언급
김태우 폭로에도 등장

사건 배당 놓고 '장고'하는 檢



[ 고윤상/조아란 기자 ] ‘버닝썬 게이트’ 수사를 의뢰받은 검찰이 갈수록 커져가는 사건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아이들 그룹 빅뱅의 승리(29·이승현)와 그의 사업 파트너인 유모 유리홀딩스 대표(34) 등의 뒤를 봐주고 있다고 알려진 ‘경찰총장’이 현 정권과 친분이 깊은 ‘실세 총경’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로서도 부담스러운 사건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이 폭로한 ‘민간인 사찰 의혹’과도 맞물리면서 일각에선 부담을 느낀 검찰이 당분간 경찰 수사를 지켜보며 관망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盧·文 청와대에서 일한 ‘실세 총경’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으로부터 지난 14일 버닝썬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이날까지 수사를 맡을 부서를 정하지 못했다. 통상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은 조속한 시일 내 배당을 마무리짓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검찰의 이 같은 장고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검찰 내부적으로 이번 사건의 종착역이 어디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11일 경찰이 아니라 검찰에 사건을 의뢰한 것은 경찰 고위간부와의 유착 의혹 때문이었다. 승리와 유 대표, 가수 정준영(30) 등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경찰총장’이 자신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경찰 수사 결과 단톡방에서 언급된 ‘경찰총장’은 경찰청 본청에서 근무 중인 윤모 총경(49)이었다. 윤 총경이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일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의 사이즈가 확 커졌다.

윤 총경은 2017년 말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실에 행정관으로 파견돼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의 직속 부하로 일했다. 민정수석실 내 파견된 경찰로서는 최고 직급이었다. 지난 1월 김 전 수사관의 민간인 사찰 폭로에서도 윤 총경 이름이 등장한다. 김 전 수사관은 “2017년 한 해운회사 비위 관련 첩보 보고서를 올렸는데, 백원우 비서관이 경찰에 이첩하라고 지시했다”며 “윤 총경으로부터 ‘(백)비서관님이 이첩 상황을 챙겨보라고 한다. 어떻게 되고 있느냐’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수사 속도 내는 警, 관망하는 檢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는 동안 경찰은 ‘눈치껏’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6일 윤 총경을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했고 경찰청은 다음날인 16일 윤 총경을 경무담당관실로 대기 발령했다. 윤 총경은 경찰 조사에서 “유 대표와 함께 식사나 골프 등을 한 적이 있지만 청탁은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에도 경찰은 과거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담당했던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결국 사건을 맡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울중앙지검이 어떤 부서에 사건을 배당할지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일선 강력부나 형사부 등에서 수사한다면 경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수사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관망’ 태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사건 담당 부서를 정할 때 중요하게 판단하는 건 사건의 성격과 크기”라며 “2016년 최순실 사태 당시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했다가 사건 크기가 커지자 특수부로 재배당했다”고 했다.

고윤상/조아란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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