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서 구름 인근에 화학물질 뿌려
인위적으로 생성시킨 얼음알갱이
땅에 떨어지면서 비로 바뀌는 원리
미세먼지 발원지 중국 기술 앞서
한국은 아직 인공강우 걸음마 단계
미세먼지 저감효과 검증 안되고
韓·中 공동실험도 성사 쉽지않아
[ 임현우 기자 ] ‘미세먼지.’ 몇 년 전만 해도 개념조차 생소했던 이 단어는 요즘 전 국민을 몸서리치게 하는 골칫덩이가 됐다.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곳은 한국만이 아니다. 국내 대기질에 상당한 악영향을 주고 있는 중국을 비롯해 태국, 인도 등 여러 나라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 대중에게 큰 관심을 받은 방안 중 하나는 ‘인공강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한·중 공조를 통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지시하면서 중국과의 공동 인공강우 실험을 언급하기도 했다.
어떻게 하늘에서 인공 비를 내리게 만들까
인공강우는 구름 입자를 자극해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을 말한다. 1946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연구원이던 빈센트 셰퍼가 4000m 상공에서 구름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리는 방식으로 인공강우를 이끌어낸 게 시초다. 응결핵을 구름 인근에 살포하면 구름 입자나 미세얼음이 결합해 얼음 알갱이가 형성되고, 이것이 낙하하면서 녹으면 비로 바뀐다. 응결핵 역할을 하는 물질로는 요오드화은, 드라이아이스, 염화나트륨, 염화칼륨, 요소 등이 활용된다.
인공강우 기술의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미세먼지와 싸워 온 중국이다. 인공강우 시설을 갖춘 지방자치단체만 2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지형 특성을 감안해 미사일, 인공지능(AI) 무인기, 드론 등을 활용해 이곳저곳에서 인공 비를 만들고 있다. 가뭄이 심했던 2007년에는 랴오닝성에서 로켓 1500발을 발사해 2억8300만t에 달하는 비를 내리게 한 전례도 있다. 태국은 전용 수송기로 물 수천L를 직접 허공에 뿌리는 방식을 자주 썼다.
한국은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인공강우 연구가 지지부진했다. 미세먼지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올해 들어서야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지난 1월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서해상에서 첫 인공강우 실험에 나섰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지금까지 국내 기술력으로 만들어낸 인공비는 시간당 1㎜ 수준이다.
과학자 사이에서 회의론도 적지 않아
인공강우가 미세먼지 피해를 줄일 참신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전문가 사이에선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우선 ‘가뭄 해갈’을 염두에 두고 발전한 기술이라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인공강우로 씻어내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많다. 현실적으로 중국이 인공강우 핵심 기술을 한국에 쉽게 알려줄지도 의문이다. 주상원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중국과 인공강우 협의를 한다고 곧바로 실험을 같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실험 시기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반도가 인공강우에 적합한 지역인지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국토가 좁고 구름이 금방 동해 쪽으로 떠내려간다”며 “서풍에 실려 중국발 미세먼지가 닥치면 인공강우는 반짝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일부 과학자는 응결핵으로 쓰는 화학물질이 토양 오염, 기상 이변 같은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인공비 몇 줄기에 지나친 기대를 걸기보다 한층 거시적이고 근본적인 관점에서 미세먼지 대책에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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