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폴드'는 안으로 접고, 화웨이 '메이트X'는 밖으로 접어
[ 이승우 기자 ]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3위 화웨이는 지난달 연달아 폴더블(접는)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폴더블폰은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이후 10년 넘게 유지됐던 바(bar) 타입의 스마트폰 외관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계에 다다른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사다. 초기 시장을 선점하려는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불꽃 튀는 경쟁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안으로 접는 삼성, 밖으로 접는 화웨이
삼성전자는 지난달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폴더블폰 ‘갤럭시폴드’를 공개했다. 화웨이는 4일 뒤인 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메이트X(엑스)’를 선보였다. 두 회사는 지난달 25~28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전시회 MWC19에 제품을 나란히 전시했다. 하지만 양사 모두 제품을 유리관 안에 넣어 실제로 만져볼 수는 없었다. 아직 제품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작업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와 화웨이 폴더블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접는 방식이다. 갤럭시폴드는 화면을 안쪽으로 접는 인폴딩(infolding) 방식이다. 접은 상태에선 4.6인치 작은 화면을 쓸 수 있고 화면을 책처럼 펼치면 안쪽에 7.3인치 대형 디스플레이가 나온다. 화면이 안으로 접혀 외부 충격으로부터 파손을 막기 좋다.
반면 메이트X는 화면을 밖으로 펼치는 아웃폴딩(outfolding) 방식을 썼다. 화면을 접었을 때는 6.6인치, 펼치면 8인치가 된다. 큰 화면을 반으로 접어 평소에는 한쪽만 쓰다가 펼치면 양쪽을 모두 쓸 수 있는 셈이다. 작은 화면이 바깥에 따로 달려 있는 갤럭시폴드와 다른 점이다. 외부 충격을 받았을 때 파손 위험성이 크다는 것은 단점이다.
디스플레이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인폴딩 방식이 기술적으로 더 어렵다고 평가한다. 인폴딩 방식으로 기기를 접기 위해 필요한 디스플레이의 곡률 반경이 아웃폴딩보다 낮기 때문이다. 폴더블폰을 접을 때 마주보는 디스플레이 사이 간격이 더 좁다는 뜻이다. 화면 바깥에 디스플레이를 하나 더 만들어야 하는 것도 인폴딩 방식을 택했을 때 난제 가운데 하나다.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고동진 IM부문장(사장)은 “아웃폴딩 방식이라면 3년 전에 시장에 내놨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술적으로는 삼성전자가 우위에 있다는 평이지만 실제 시장에서 어떤 방식이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을지는 알 수 없다. 갤럭시폴드는 다음달 26일 해외 시장에 출시된다. 한국에선 5월에 5세대(5G) 이동통신용 제품부터 판매한다. 화웨이는 올해 중반이라고만 출시 시기를 밝힌 상태다. 갤럭시폴드의 가격은 1980달러로 한국에선 세금 등을 고려해 230만~240만원대로 책정될 전망이다. 메이트X의 가격은 2299유로(약 290만원)로 갤럭시폴드보다 비싸다. 초도 물량은 삼성전자가 100만 대, 화웨이가 20만 대 수준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2021년께 폴더블폰 내놓을 듯
실제 제품을 내놓은 삼성전자와 화웨이 외에 샤오미, 오포, 레노버 등 중국 업체들이 폴더블폰을 준비 중이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전문업체 로욜은 작년 11월 세계 최초로 폴더블폰을 공개한 이후 단점을 보완해 지난 1월 개선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LG전자는 접는 대신 화면을 하나 더 붙이는 ‘듀얼 스크린’으로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MWC19에서 선보인 V50 씽큐(ThinQ)로 이르면 다음달 출시 예정이다. 플립 케이스 모양의 듀얼 스크린을 장착하면 화면을 나란히 이어붙인 형태가 된다. 2개의 화면으로 게임, 인터넷, 동영상 등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한국과 북미 시장에서 점유율 회복이 가장 큰 목표인 LG전자로선 폴더블폰을 개발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애플의 움직임이다. 프리미엄 시장의 최고 강자인 애플이 폴더블 시장에 진입할 경우 단숨에 시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업계에선 애플이 2021년쯤 폴더블폰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산하 위츠뷰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폴더블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0.1%에 그치지만 2022년 3.4%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NIE 포인트
스마트폰을 접게 되면 어떤 장점이 있을지 생각해보자. 화면을 안으로 접는 것과 밖으로 접는 것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유용할지 토론해보자. ‘폴더블’의 기술은 어떤 원리고, 이 기술의 쓰임이 어떻게 확산될 수 있을지도 토론해보자.
이승우 한국경제신문 IT과학부 기자 leeswo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