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농협직원이 심폐소생술 배우는 까닭

입력 2019-03-18 17:43  

이대훈 < 농협은행장 leedaehoun@nonghyup.com >


다급한 응급차의 사이렌 소리와 함께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온다. 의사는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로 환자의 의식이 돌아오도록 애쓴다. 한 의학 드라마의 첫 장면이다. 우리는 지난 2월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안타까운 죽음을 접했다. 그의 일상이 그랬을 것이다.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많은 좌절과 안도를 느꼈을 것이다.

그는 생전에 자동심장충격기(AED)라는 딱딱한 말 대신 ‘심쿵이’와 같은 친근한 용어를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일반인도 심쿵이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더 많은 생명을 구하고자 했던 고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평소 농협에는 수많은 고객이 오간다. 농업인과 고령의 고객이 많은 농협에서도 응급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경북 동안동농협에서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고객을 직원들이 심폐소생술로 구했다. 고객은 건강을 회복한 뒤 감사의 마음을 전해왔다. 비슷한 일이 제주도에서도 있었다. 직원들이 평소 지역소방서와 연계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기에 침착하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한 자료에 따르면 심정지 발생 시 생존율이 8.7%에 불과하나 4분 이내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다면 생존율을 두 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배웠으면 한다.

농협에서는 또 다른 심폐소생술이 이뤄지고 있다. 그것은 기업회생이다. 파산이냐 회생이냐의 기로에 서 있는 기업에 생존을 위한 소생술을 처방하는 일이다. 한때 세계 패러글라이더 시장 1위였던 모 기업은 2016년 갑작스러운 개성공단 폐쇄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농협이 제공한 재무관리 컨설팅을 발판 삼아 현재는 흑자기업으로 거듭 태어났다. 많은 중소기업이 생산과 영업에만 치중한 나머지 재무적인 부분을 간과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 이런 기업을 위해 적기에 체계적인 금융컨설팅을 하는 것 또한 심폐소생술과 마찬가지다.

일부 사람은 “금융기관은 돈 빌려주고, 비 올 때 우산을 빼앗는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기업과 동반성장하는 일은 농협은행이 추구해온 중요한 가치다. 그래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기업을 살려내고자 애쓰고 있다.

윤한덕 센터장은 많은 사람이 응급상황에 빠진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무관심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헌신했다. 농협은행도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느낀다. 따뜻한 금융을 통해 기업과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의 길. 그것이 금융이 나아가야 할 길일 것이다. 그래서 농협 직원은 오늘도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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