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도 대체기 투입
LCC 부정적 영향 더 클 듯…왜?
# 40대 직장인 이 모씨(43·여)와 주부 장 모씨(45·여)는 자녀와 함께 오는 6월, 연휴 기간 중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방문할 예정이다. 자녀를 둔 가정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해외 가족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두 가족은 프로그램 상의보다 먼저 타고 갈 비행기 예약에 집중했다. 국적기와 외항기, 저비용항공(LCC)인지 관계 없이 'B737 MAX 8' 기종인지 아닌지가 제일 중요했다.
18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도로교통국(DOT)이 산하의 연방항공청(FAA)에 대한 보잉사와 '유착 가능성'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이디오피아 교통국이 "인도네시아 추락 사건과 비교했을 때 비행기록에서 '명백한 유사성'이 있다"고 발표한 직후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보잉(BA)의 주가는 이 같은 영향으로 전 거래일보다 1.77%(6.71달러) 하락한 주당 372.28달러까지 떨어졌다. 장중 한때 367달러까지 급락했지만, 오후 들어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보잉의 주가는 사고가 나기 직전인 이달 초에만 해도 450달러에 육박했었다.
지난 10일 현지시각 오전 8시30분께 에티오피아항공 ET302편이 추락해 승객 149명과 승무원 8명이 전원 사망했다. 사고 기종은 보잉 737 MAX 8. 이 기종은 지난해 10월29일 라이언에어 추락 사고와 동일한 기종이다. 최초 사고 이후 5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기에 다시 추락, 기체결함에 대한 우려가 증폭된 상태다.
두 차례의 추락사고 이후 세계 각국에서 해당 기종에 대한 운항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대한항공도 지난 14일 보잉 737 MAX 8의 운항을 잠정 중단하고, 다른 기종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오는 5월부터 2023년까지 순차적으로 보잉 737 MAX 8 30대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반면 대한항공과 다르게 대체기가 적고, 하루 평균 비행기 가동률이 높은 LCC의 경우 '보잉 사태'로 향후 성장성에 타격을 입게 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보잉 737 MAX 8은 보잉이 개발한 차세대 주력기로, LCC들에게 이른바 '맞춤형 항공기'였다. 기체가 가볍고 기존 기종보다 연료효율이 좋아 장거리를 제외한 대부분 노선에 투입할 수 있어서다. 이 기종은 2017년부터 항공사에 인도돼 상업비행을 하고 있었다.
이스타항공도 이 신기종을 운항하고 있었다. 이에 한국 국토교통부가 13일, 이스타항공의 문제기종 2기의 운항을 중지시켰다. 또 "향후 도입될 예정인 해당기종의 경우 사고조사 진행 및 문제점이 해결될 뒤 도입을 허가할 계획"이라고 했다.
B737 MAX 8은 B737 기종의 4세대인 B737 MAX 모델(MAX7·MAX8·MAX9·MAX10) 중 하나다. 전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항되는 기종은 B737-800으로, 대한항공을 비롯해 제주항공, 진에어 등 다수의 항공사가 이 기종으로 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B737-800은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의 단일기종이기도 하다.
B737-800을 순차적으로 대체할 신기종이 B737 MAX 8. 이로써 LCC의 향후 성장 계획엔 분명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제주항공은 2022년부터 5년간 매년 8대씩 40대를 도입할 예정이었고,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올해와 내년까지 각각 총 4대와 8대를 도입하려고 했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는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가동률이 높은 LCC들은 성장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기종변경이나 인도취소 등은 사실상 어려운 선택지인데 기종변경을 보잉이 받아 들인다면 '기체 결함'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계약취소 후 경쟁사인 에어버스 기종 등으로 바꾼다면 비용효율화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B737 MAX 8은 기존 737-800 조종사들이 추가 교육을 통해 쉽게 운항 라이센스를 취득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었다"고 덧붙였다.
LCC는 특히 비행기 가동률이 높아서 항공기 도입 지연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제주항공의 일평균 가동시간이 13~14시간으로 가장 높으며, 진에어도 13시간 수준. 반면 대한항공은 11시간 내외로 집계됐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