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나오면 두달뒤 수사팀 꾸릴수도"
수사권도 없는 대검 조사단…김학의 방문조사할 판
법무·檢 "조사단은 임시기구 권한,조직 당장 확대는 불가능"
당시 수사검사 반발 '걸림돌'
'명예훼손 고소' 등 조직적 반발
[ 안대규/고윤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에 조직의 명운을 걸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고(故) 장자연 씨 사건 등을 철저히 진상규명하라고 지시했지만,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사건별 담당자는 고작 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현 조사단의 인력을 보강할 계획이 없고, 2개월의 조사기간이 끝나면 별도의 수사팀을 구성해 재수사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법조계는 부족한 수사 인력과 제한적 법적 권한 등으로 조사단이 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3명으로 대통령 지시 사건 진상규명?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차관 사건의 진상규명을 책임진 대검 진상조사단 인력은 검사 2명과 수사관 1명이다. 장자연 사건 담당 인력도 검사 2명과 수사관 1명이다. 법무부나 대검은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 “검찰과 경찰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진상규명하라”고 사실상 수사지휘를 내렸지만 조사단 규모나 권한을 강화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법무부와 대검 관계자는 “조사단은 법상 기구가 아니라 법무부와 대검 훈령으로 생긴 임시적 기구”라며 “이들의 권한이나 조직이 갑자기 변경될 순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신 “조사단이 2개월 뒤 조사를 마무리하면 별도의 수사팀을 구성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만 50여 명이 달려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나 서울중앙지검 내 가장 작은 수사 조직인 조사2부도 검사가 5명인 점 등을 감안하면 대통령이 강조한 사건에 대한 조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학의 사건에 대한 조사단 조사는 50%만 진행된 상태다. 김학의 사건엔 김 전 차관 외에도 법조계 고위 인사, 기업 대표, 병원장, 대학 교수 등 이 사건 연루 인사만 수십명에 달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고작 3명으로 두 달간 조사해보고 수사팀을 꾸리겠다는 것은 검찰의 명운을 걸기엔 한가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조사단 소속 검사들은 수사권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통상 대검 감찰본부의 경우 소속 검사에 일선 검찰청 검사 지위를 주면서 수사권을 부여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조사단은 지난 15일 김 전 차관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불응한 상태다. 강제 소환할 법적인 권한도 없어 조사단은 방문 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마저 김 전 차관이 거부하면 다른 조사 방법은 없다.
현직 검사들 반발 변수
2017년 12월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발족된 후 이듬해 3월부터 가동된 조사단은 17개 과거사 사건 가운데 11개 조사를 마무리했다. 검사 변호사 등 조사단원 대부분이 현업에 복귀하면서 인력은 40여명에서 10여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과거 부실 수사의혹을 캐내야하는 조사단 활동에 대해 검찰이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도 인력이나 수사지원에 소극적인 배경이다. 한 검사는 “상명하복이 분명한 검찰조직에서 후배 검사가 선배의 잘못을 지적해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거의 목숨을 내놓는 것과 같은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작년 11월 ‘신한금융지주의 남산3억원 의혹’사건에선 차장급 검사가 조사담당 평검사에 전화해 “너희가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느냐”며 압박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작년 12월 ‘용산 철거민·경찰 사망 사건’에서는 현직 고위급 검사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식으로 압박해 민간위원 4명 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14일 국회에 출석해 성접대 의혹 동영상 속 인물은 김 전 차관이 맞다며 검찰 수사를 부정하는 발언을 하자,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 2명은 서울고등검찰청에, 1명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1명은 부산지검에서 근무하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유학중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버닝썬,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김 전 차관에 대해 알선수뢰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이 어렵지만 특수강간 혐의를 입증할 경우 공소시효가 2024년까지(15년)여서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대규/고윤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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