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 헤이스팅스 최고경영자
"아마존보다 두 배 이상 투자"
[ 안정락 기자 ] 영화의 본고장인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선셋대로 중심에 자리잡은 넷플릭스의 LA 스튜디오 겸 오피스. 이곳은 1923년 창립한 영화사 워너브러더스가 최초의 스튜디오로 썼던 장소다. 세계 첫 유성 장편영화 ‘재즈싱어’(1927년)도 여기서 촬영됐다.
세계 최대 동영상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18일(현지시간) LA 스튜디오에서 글로벌 미디어를 대상으로 회사의 미래 콘텐츠 전략을 발표하는 ‘랩스데이’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가 넷플릭스 본사(캘리포니아 로스가토스)가 아닌, LA에서 열리기는 처음이다. 넷플릭스가 할리우드 영화산업까지 넘보는 야심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넷플릭스는 세계 190개국에 1억4000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들은 매달 평균 10달러(약 1만1300원)의 이용료를 내는데 이를 연간 단위로 합하면 140억달러(약 15조80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자금으로 최고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며 “(경쟁사인) 아마존은 매년 콘텐츠에 40억~50억달러를 투자하는데 우리는 그것의 두 배 이상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넷플릭스가 올해 150억달러(약 16조9500억원)를 콘텐츠에 투자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헤이스팅스 CEO는 “넷플릭스는 미디어 기업이자,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면서도 그 중심에는 기술이 있다”며 “이것이 우리가 다른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포인트”라고 했다. 넷플릭스는 개별 시청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5만 개에 이르는 카테고리로 나눠 이용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제시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테드 사란도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세계시장에서 인기를 모은 한국형 좀비 사극 ‘킹덤’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사란도스 CCO는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 서비스를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례”라며 “‘킹덤’ 제작 시 일부러 한국 이외의 것을 넣으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의도적으로 조미료를 더하려 했다면 ‘킹덤’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킹덤’은 지난 1월 25일 글로벌 시장에 동시 공개된 뒤 아시아를 넘어 북미, 러시아 등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고 넷플릭스는 밝혔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에는 ‘한국 드라마 킹덤의 전통 모자’라는 이름으로 조선시대 갓이 상품으로 오르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시청자가 리모컨을 들고 드라마 중간에 스토리를 선택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실험도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말 선보인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등에 이어 다음달에는 새로운 인터랙티브 드라마 ‘유 vs 와일드’를 선보인다.
LA=안정락 특파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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