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셋째 주 화요일 재즈바서 ‘송강음악회’ 개최
서울 한강로 LS용산타워 지하 작은 재즈바에서는 매달 셋째 주 화요일마다 ‘살롱 음악회’가 열린다. 100석이 채 안 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피아니스트들이 최고로 꼽는 스타인웨이앤드선스 피아노까지 갖춘 곳이다. 예술의전당 사장을 지낸 김용배 추계예술대 교수가 곡을 엄선해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실력을 인정받은 젊은 연주자들이 무대에 선다. 김 교수가 곡이 시작하기 전마다 작곡가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 작품에 담긴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양념처럼 곁들인다.
와인과 함께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연주회. 다른 곳이었다면 10만원이 넘는 입장료를 내야 할 테지만 이곳에서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국회의원과 재계 관계자들도 많이 참석하지만 기본적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온라인으로 신청만 하면 입장할 수 있다. 송강재단에서 개최하는 ‘송강음악회’ 얘기다.
송강재단은 ‘기업과 사회의 공동 번영을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실현해야 한다’는 고(故) 송강(松崗)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유훈을 실천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이다. 2017년 3월 시작한 송강음악회는 시민들에게 해설과 함께 클래식 음악을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고, 젊은 음악가들을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지난 19일은 송강음악회가 2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재단 이사장인 구자열 LS 회장은 이날도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공연 시작 30분 전에 도착해 손님들을 맞이했다. 구 회장은 “무대와 객석이 바로 붙어 있어 관객과 예술가가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처음에는 초청장을 보냈지만, 지금은 ‘마니아’ 분들이 생겨 따로 초청을 하지 않아도 자리가 부족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예술가들이 공연을 듣기 위해 찾아올 정도로 수준도 높다. 특히 대중적인 곡과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예술성이 뛰어난 곡들을 적절히 섞어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이날 공연에선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외에도 미하일 글린카, 테오발트 뵘, 한스 후버 등 한국인에게는 생소한 작곡가들의 숨은 명곡들을 선보였다. 여기에 에디트 피아프의 ‘la vie en rose’ 같은 대중적인 곡을 섞는다. 김 교수의 해설은 공연의 백미다.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소개할 때는 그가 교향곡 1번을 공개했다가 혹평을 받은 후 우울증에 빠졌을 때의 에피소드를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하며 소개했다.
김 교수는 “대중적인 곡과 숨겨진 보물같은 곡을 적절히 섞어 줄타기를 잘 하는게 프로그램 구성의 핵심”이라며 “좋은 음악회는 교육적이지 않으면서도 관객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것을 얻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매달 이곳을 찾는 바리톤 장철 씨는 “인기에 치중한 공연에서는 들을 수 없는 ‘숨겨진 보물’ 같은 곡을 들으러 오는 곳”이라며 “이런게 진정한 의미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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