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프라모델·피규어 제조업체 반다이는 국내에도 프라모델 조립을 취미로 하는 사람 뿐 아니라 일반에도 꽤 널리 알려진 회사입니다. 지난해 창사 60주년을 맞은 이 회사는 그동안 세계 각국에 4억8000만개가 넘는 프라모델 제품을 판매해왔습니다. 건담 프라모델의 대명사격인 회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반다이가 올 들어 ‘펀포터(FUNPORTER)’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출범시키며 도장작업이 필요 없는 프라모델, 초보자도 간단하게 조립할 수 있는 양산형 제품 등 다양한 신 모델을 선보이고 나섰습니다. 프라모델 조립의 경험의 폭을 넓혀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반다이는 올 1월에 ‘펀포터(FUNPORTER)’ 브랜드를 출범시키고 초보자도 30분 안에 프라모델을 조립할 수 있는 입문용 제품 ‘30미니츠 미션스’를 선보였습니다. 이 시리즈 전용 인간형 로봇 모델들을 마련했습니다. 프라모델 조립이 어렵다는 선입관을 지닌 사람이나, 부품조립에 시간이 많이 걸려 프라모델 구입을 꺼린 사람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직관적으로 부품을 배치해 손쉽게 조립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그동안 이 회사가 선보였던 건담 프라모델 등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인을 바탕으로 플라스틱 부품을 사출성형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제품 제작의 편의를 위해 부품이 만들어진 탓에 조립할 부품의 배치가 복잡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입문 시리즈는 부품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배치를 우선시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각종 연결부분을 공통화해 부품을 제조합해 사용할 수도 있도록 했습니다.
이와 함께 각종 도장작업이 필요 없는 제품도 늘리고 있습니다. 피부의 질감이나 혈색 등을 플라스틱 부품단계부터 반영토록 했습니다. 각종 부품 표면의 두께도 미묘하게 바꿔 실제 근육이나 혈액의 실감이 나도록 제작했다는 것입니다.
반다이는 또 다양한 움직임이 가능한 프라모델이라는 ‘무버 프로젝트’를 추진, 올 가을께 관련 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반다이 측이 이처럼 전문가용 프라모델 전문회사라는 명성에 다소 흠이 갈 수도 있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시장 확대를 위해서입니다. 그동안 전문가용 프라모델 시장이 주목하지 않았던 여성과 어린이 층으로 타깃을 넓혀가겠다는 설명입니다. 반다이는 지난해 매출 1449억엔(약 1조4725억원)에 당기순이익 63억엔(약 64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반다이 측은 “최근 5년간 일본 내 매출은 120%, 해외 매출은 160% 성장했다”며 “프라모델의 본질적 가치를 국적, 성별, 연령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용 프라모델을 주로 만들던 회사의 이 같은 변신 노력이 ‘오타쿠 문화’라는 인식이 강했던 프라모델 시장의 저변확대에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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