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지원 액셀러레이터 운영
高大 등 이어 런던 인턴십 추진
[ 장현주 기자 ] “미국이나 영국에선 벤처캐피털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심사할 때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은 독창적인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확인합니다. 반면 한국은 비슷한 성공 사례가 있는지부터 물어봅니다.”
천재원 엑센트리 대표(사진)는 21일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국내 스타트업은 해외 진출보다 정부가 운영하는 단발성 프로젝트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엑센트리는 유럽 최대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영국 ‘레벨39’와 국내 독점 제휴를 맺고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액셀러레이터다.
천 대표는 “기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한 결과, 개개인의 능력은 선진국에 뒤처지지 않지만 한국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며 “대학 초년생 가운데 ‘될성부른 떡잎’을 찾아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인재로 키우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천 대표가 서울대 등과 손잡고 인턴십 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서울대 관계자는 “올해 여름방학부터 2주간 (레벨39 본사가 있는) 영국 런던에서 창업 교육을 받은 뒤 레벨39에 입주한 스타트업에서 2주 이상 인턴으로 근무하는 방식을 논의 중”이라며 “창업 마인드를 갖춘 인재들이 레벨39에서 치열한 글로벌 스타트업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벨39는 글로벌 핀테크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불리는 런던 카나리워프 내 원캐나다스퀘어 빌딩에 입주해 있다. 핀테크·빅데이터·스마트시티 등 분야에서 세계 50여 개국, 200여 개 스타트업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천 대표는 이미 연세대, 고려대와도 협력 관계를 맺고 비슷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촬영 부탁 앱(응용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박조은 소브스 대표도 고려대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레벨39에 다녀왔다. 박 대표는 “영국 블록체인 스타트업에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노하우를 배운 덕분에 국내 시장에 머물던 소브스가 43개국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천 대표는 “국내 대학생이 만든 스타트업을 글로벌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며 “인턴십 프로그램 이후에도 학생들이 직접 스타트업을 만들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겹겹이 쌓인 규제를 완화해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그는 “기업이 일일이 신청해야 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넘어 일부 지역에 한해서라도 ‘규제 프리존’을 제공한다면 민간 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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