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힘 내라! 고졸 인재"

입력 2019-03-21 18:04  

고두현 논설위원


[ 고두현 기자 ] 넷플릭스의 최고콘텐츠책임자 테드 사란도스는 명문대 출신들로 넘치는 실리콘밸리에서 보기 드문 고졸 임원이다. 비디오 대여점 점원으로 출발해 넷플릭스의 글로벌 콘텐츠 총괄 자리에 오른 그는 입사 13년 만에 타임지의 ‘세계 최고 영향력 100인’에 선정됐다.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도 고졸의 복사기 영업사원을 거쳐 세계적인 ‘커피 제국’을 일궜다.

국내에도 고졸 출신 최고경영자가 많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김홍국 하림 회장, 진옥동 신임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 등이 ‘고졸 신화’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고교 졸업 후 ‘돈·학벌·인맥 없는 3무(無) 인생’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놀라운 ‘인간 승리 드라마’를 썼다. 지금도 이들의 뒤를 잇는 젊은 인재들이 곳곳에서 실력을 연마하고 있다. 그제와 어제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고졸 인재 일자리 콘서트’에는 3만여 명의 취업준비생이 몰렸다.

국내 최대 고졸 취업박람회인 이 콘서트에서 100여 개 기업이 현장 면접을 통해 1000명 이상을 뽑았다. 우리은행 부스에는 하루 250명씩 500명의 면접자가 몰렸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일일 면접위원’으로 깜짝 등장해 “고졸 행원들은 우리은행 영업 현장에서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며 면접생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전국 130개 교에서 참가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도선매’ 경쟁을 벌였다. 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본부장은 “20대 초반의 고졸 인재들은 창의적인 사고에 유리하다”며 “교육을 통해 더 클 수 있는 잠재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많이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에 성공한 ‘선배 멘토’들은 저마다의 취업 비결을 들려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독일식으로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직업교육 시스템인 ‘아우스빌둥’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높았다. 이날 설명회에 전국의 자동차 관련 직업계고 학생 500여 명이 참석해 강의장 바닥까지 빼곡하게 채웠다. 이 제도를 통해 선발된 인원은 2017년 2개 기업 80명에 이어 지난해 4개 기업 117명에 이른다.

이들의 취업 열기에 고무된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 자리에서 “올해 안에 정부가 중앙취업지원센터를 열어 고졸 취업을 전문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고졸 인재들도 많다. 이들 모두가 전국의 산업 현장에서 제 기량을 뽐내며 한국 경제의 미래를 밝혀주길 기대하고 응원한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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