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우의 부루마블] 게임 내치는 중국 정부에…해외로 눈돌리는 텐센트

입력 2019-03-22 09:44   수정 2019-03-22 10:15

업계 1위 '텐센트' 게임사업 하락세
중국 정부의 게임 '옥죄기' 본격화

중국업체 해외 진출 빨라질 듯
"한국게임 설 자리 좁아질 수도"




중국 게임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시장의 40%를 견인하는 1위 업체 텐센트 매출이 급락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게임 규제가 원인인데 수출의 40%를 중화권에 의지하는 국내 게임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텐센트 게임 사업은 지난해 대성공을 거뒀다. 게임 매출 1040억위안(약 17조5400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10% 성장했다. 글로벌 게임시장 조사업체 뉴주(Newzoo)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시장 매출은 38조8700억원으로 추산된다. 텐센트가 중국 게임시장 매출의 45%를 견인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텐센트의 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하락세가 뚜렷하다. 텐센트 게임 매출은 지난해 1분기 정점을 찍은 후 2분기부터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1분기와 비교해 4분기 매출은 16% 넘게 줄었고 성장률은 마이너스 6.3%로 돌아섰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게임 규제 때문이다.

텐센트는 게임 총량을 줄이겠다는 중국 정부의 첫 번째 타깃이 되고 있다. 대표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인 온라인 포커게임 '천천덕주'는 지난해 말 서비스가 중단됐고,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는 실명제가 도입되면서 이용자 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실제 2분기까지 중국 iOS 매출 1위였던 왕자영요는 3분기 매출 3위로 내려 앉았다. 업계에서는 왕자영요가 올해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초부터 게임 산업을 본격적으로 옥죄고 있다. 온라인 게임 서비스 허가(판호) 발급을 쥔 상태에서 대대적인 온라인 게임 규제안을 내놓은 것이다. 청소년들의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게임 총량을 축소하겠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텐센트 매출이 하락세에 접어든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텐센트는 과거 매출의 50%를 게임 사업이 담당할 정도로 게임에 집중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텐센트는 게임 매출을 줄여나가기 시작했고 지난해 4분기에는 36%로 쪼그라 들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텐센트의 게임 매출 비중이 올해 20% 후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를 거대해진 인터넷 기업을 통제하기 위해 '정치적 행위'로 풀이한다. 중국 정부의 게임 옥죄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실제 중국 정부는 인터넷 여론 통제를 강화해 중국 정책에 비판적인 글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국내 게임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세계 1위 중국 시장이 위축되면서 중국 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가속화될 수 있어서다. 한국 게임은 중국 시장 진출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판호 발급이 중단되면서 유럽, 미국, 동남아 등 신흥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릴 경우 한국 게임이 설 자리도 좁아질 수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그동안 자국 시장에만 집중해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닌 상황이 됐다"며 "글로벌 게임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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