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쇼핑이 호주 법인 설립에 36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진출이라는 설명이지만 구체적 배경과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태국과 베트남 등 해외사업에서만 23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은 이 회사가 다시 해외 진출에 나서자 일부 주주들은 불투명한 투자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은 올해 초 '오스트레일리안 쇼핑 네트워크(AUSTRAILIAN SHOPPING NETWORK)'에 360억원을 출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호주 홈쇼핑 사업 진출을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투자 지분과 어떤 배경으로 투자했는지 등 구체적 설명은 피했다.
이 회사는 현재 태국 베트남 중국 등에 법인을 운영 중이다. 2011년 설립한 중국 상해법인은 지난해 1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5년 설립한 베트남(VTV-HYUNDAI HOME SHOPPING)과 태국 법인(High Shopping)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지난해 각각 35억원, 2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들 해외법인에 쏟은 투자금도 상당수 증발했다. 현대홈쇼핑은 중국(134억원) 베트남(92억원) 태국(80억원)에 총 308억원을 출자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이들 법인 지분 장부가치는 78억원에 불과하다. 투자액과 장부가치 만큼의 차이인 230억원가량을 투자 손실로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하지만 호주법인에 360억원을 재차 투자한 것이다.
현대홈쇼핑 주주들의 불만도 가중되고 있다. 현대홈쇼핑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회사 돌턴인베스트먼트,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과 VIP자산운용 등은 최근 현대홈쇼핑을 상대로 전향적 주주친화책을 요구했다. 김봉기 밸류파트너스 대표는 "상장 직전 60%를 웃돌았던자기자본이익률(ROE) 10% 미만까지 떨어졌다"며 "풍부한 현금성자산을 엉뚱한 곳에다 쓴 결과"라고 말했다. 해외법인 투자는 물론 지난해 인수한 한화L&C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현금 활용을 제대로 못하면서 ROE가 하락했다"며 "기존 사업과 관련 없는 한화 L&C 인수가 결정타"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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